서울대병원이 척추·뇌 등의 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약 100개를 늘린다. 또 병원 테니스장에 모듈 병상(이동용 병상) 48개를 설치하고 서울백병원 등 3개 병원과 연계해 PCR 음성이 나온 코로나19 중환자를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원장은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런 방안을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16일 내과과장 회의에 이어 17일 오후 전체 진료과장 회의를 열어 비상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김 원장은 "혹독한 코로나19 겨울을 이겨내려면 전체 의료진이 나서야 한다고 설득했고 진료과장들이 동의해줬다"며 "한 달 내 비상체제 전환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
우선 비응급 수술을 미룬다. 척추·관절 수술, 당장 급하지 않은 뇌·심장 수술이 해당하며 이를 미루면 중환자실 수요가 줄어든다. 암 수술은 미루지 않는다. 내과 병동 2개를 폐쇄하고 간호·간병통합 병동을 해제한다. 진료과별 세부 축소 계획은 재난의료팀에서 정하게 된다. 이런 작업을 거쳐 중환자 병상을 54개에서 약 90개로 늘린다. 서울대병원은 그동안 정부 행정명령 기준의 두 배에 해당하는 54개 중환자 병상을 운영해 왔다. 분당서울대병원도 40개에서 70개 이상으로 늘린다.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보라매병원도 중환자실을 18개에서 40개로 늘리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서울대병원 계열이 약 100개의 중환자 병상을 늘린다.
본원의 경우 내부 조정을 통해 간호 인력 100명을 중환자실에 배치한다. 그동안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 중환자 1명을 담당했는데, 앞으로 3명이 2명을 맡게 된다. 또 의사 40명을 확보해 중환자실로 배치한다. 주로 소화기·순환기 내과, 심장 담당 의사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나선다. 김 원장은 "호흡기나 감염내과 의사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그 외 진료과 의사는 코로나19 환자의 일반적인 진료를 한다. 하루 이틀 하면 금방 적응할 것"이라며 "외과의사에게 코로나19 진료를 당장 요청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병원 테니스장에 3층 음압 모듈형 중환자 병상 48개를 만든다. 당장 시작해도 6개월 걸리기 때문에 내년 가을·겨울 코로나19에 쓸 수 있다. 1000만명이 사는 서울에 재난대비 시설이 없는데, 이게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자가 줄거나 평상시에는 훈련시설로 활용한다. 김 원장은 "지난 겨울 3차 대유행 때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모듈 병상 건립을 추진했는데, 행정당국과 이견이 생겨 만들지 못한 게 안타깝다. 거기보다 우리 병원에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환자가 아니면 미접종자는 입원시키지 않겠다. 원내 감염이 많이 발생한다. 입원 전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와도 보호자 때문에 걸리는데, 보호자 출입도 엄격히 통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중급병원 3곳'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서울부민병원·대림성모병원과 협의를 마쳤다. 그는 "우리 병원 코로나19 중환자의 40%가 치료한 지 20일 지났고 음성이 나왔는데도 퇴원시키지 못한다. 다른 병으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 일반 중환자실로 가야 하는데 갈 데가 없다"며 "이런 환자를 3개 협력병원으로 보내면 30~40%의 병상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런 협력 모델이 돌아갈 수 있게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군의관을 협력병원에 보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한 상태다.
국립대학병원협회 회장을 맡은 김연수 원장은 지난 16일 10개 병원장 회의를 열어 중증환자 치료병상 200개(현재 470여개 가동 중)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17일 치료가 어려운 산모·소아·투석 등의 중등증 환자를 위한 57개 병상을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김연수 원장은 "지금은 손해니 뭐니 따질 겨를이 없다. 내년 2월 겨울이 끝날 때까지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병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일반 환자는 민간병원이 좀 더 맡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체육관 병동을 만들거나 국립중앙의료원을 통째로 비우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치료의 질을 담보하기 힘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위기 상황에 국립대병원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데 병원장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긴급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