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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中 대신 美 택했다…차이잉원, 국민투표 안건 모두 승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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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민투표가 치러진 대만에서 선거 사무원이 타이베이 개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8일 국민투표가 치러진 대만에서 선거 사무원이 타이베이 개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결, 부결, 부결, 부결.

미국산 돈육 수입금지·원전재개 등 부결 #차이잉원 승리…미국·대만 FTA 가속 전망 #민주파 없는 홍콩 선거 투표율 30% 주목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과 탈원전 등을 놓고 18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대만 유권자가 4개 안건 모두 ‘반대’에 반대표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하고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전날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극적인 ‘차이의 승리’다.

이날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의 최종 집계에 따르면 가장 쟁점이 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안건은 반대(413만1203표)가 찬성(393만6554표)을 20만표 가까이 제쳤다. 대만 민심이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 없이 계속하자는 쪽에 기울었단 뜻이다.

앞서 차이잉원 정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지난해 12월 락토파민 돼지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국민의 건강을 희생해 미국을 껴안으려는 시도라며 비난했지만, 미국은 대만과 FTA 전단계인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재개하며 화답했다. 국민 건강을 앞세운 중국과 야당의 공세에 다급해진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은 투표 전날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며 반대를 독려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표 결과를 전하며 “대만 유권자들이 여당을 지지하고 미국과 무역협정에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호주국립대의 쑹원티 교수는 “워싱턴은 미국·대만 무역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려 할 것”이라며 “대만과 미국 사이의 무역협정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WSJ에 말했다.

대만 유권자는 차이 총통의 탈원전 정책도 승인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의 여파로 거의 완공된 상태에서 봉인한 제4 원전의 상업발전 개시 안건을 부결시키면서다. 반대가 찬성보다 46만여표 많아 4개 안건 중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 천연가스 도입 시설 이전, 국민투표일과 대선일의 연계도 부결됐다. 모두 민진당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어서 차이잉원 정부가 중간평가에서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표율은 안건에 따라 41.08〜41.09%를 기록했다.

민진당 정부는 이번 승리로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2024년 총통·국회의원 동시 선거 지형에까지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차이 총통은 이날 밤 담화에서 “국민투표에는 패자도 승자도 없다. 국가가 미래를 어떻게 나아가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며 “대만인은 세계로 나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참패한 야당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독재정부의 승리라며 반발했다.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주리룬 주석은 “당 대표로 모든 책임을 지고 사과한다”며 “국민투표는 이미 죽었다. 당내에서 ‘전범(戰犯)’을 찾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홍콩 입법회 선거가 치러진 19일 한 선거 운동원이 후보 포스터를 들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1년 연기돼 치러진 이번 선거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에 따라 출마자의 사전 심사 강화, 직접 선출 의원 수 축소 등으로 민주파가 불참해 친중·친정부 후보로만 치러졌다. [EPA=연합뉴스]

홍콩 입법회 선거가 치러진 19일 한 선거 운동원이 후보 포스터를 들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1년 연기돼 치러진 이번 선거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에 따라 출마자의 사전 심사 강화, 직접 선출 의원 수 축소 등으로 민주파가 불참해 친중·친정부 후보로만 치러졌다. [EPA=연합뉴스]

한편 19일 홍콩에선 선거법 개정으로 1년 미뤄진 입법회(의회) 선거 투표가 저조한 투표율 속에 치러졌다. 이른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에 따라 지난 3월 개편한 선거법에 따라 총 90석 가운데 직선 의석수는 기존 35석에서 20석으로 줄었고, 친중 진영이 장악한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이 뽑는 의석이 40석 신설됐다. 나머지 30석은 업종별 간접선거로 뽑는 직능대표 의석이다.

이날 오전 8시30분 시작해 오후 10시30분(현지시간)에 종료되는 투표는 2016년보다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사무처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12시 30분까지 투표율은 12.08%로 2016년 동시간대 14.99%보다 2.91%P 낮다.

이번 선거는 자격심사위원회 설치와 직선출 의석수 축소에 반발해 민주 진영에서는 아무도 후보를 내지 않아 야당 없는 투표로 치러졌다. 이 가운데 해외로 도피한 민주진영이 백지투표와 함께 투표 보이콧 운동을 펼치면서 투표율과 무효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투표 보이콧이 번지자 당국은 애써 투표율을 무시했다. 탄후이주(譚惠珠) 홍콩기본법위원회 부주임은 전날 “직선 의석수 감소, 후보자 감소 등으로 투표율 30%도 나쁘지 않다”며 최종 투표율을 전망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 선전(深圳)과 인접한 접경지역 3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투표 당일 지하철과 버스 무료 운행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투표율 독려 활동에 나섰다.

린차오후이(林朝暉) 홍콩 중문대 정치행정학과 강사는 명보에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는 제도 변화로 유권자가 후보자 구분조차 어려울 정도”라며 “정치적 이슈가 없어 30여% 투표율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입법회 선거 최종 투표율은 58.2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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