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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돌만큼 지구도 대체불가" 기후 행동 나선 K팝 팬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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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그래미 시상식에서 첫 단독 무대를 펼친 방탄소년단(BTS). 연합뉴스

지난 3월 그래미 시상식에서 첫 단독 무대를 펼친 방탄소년단(BTS). 연합뉴스

'죽은 지구에 K-POP은 없다'
'누구도 최애 아이돌을 대체할 수 없듯이, 지구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K팝 팬들(KPOP4PLANET)이 전 세계적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내건 구호입니다.

[밀실] <제81화> #'팬덤'과 '환경 운동' 함께 가는 MZ세대

기후 변화와 K팝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최근 K팝 팬덤에선 최애 아이돌을 향한 '덕질'(팬 활동)과 '기후 행동'을 함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K팝이 전 세계적 유행이 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지구를 위한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길 바라는 게, 팬들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블랙핑크는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홍보대사로, 기후 행동 동참을 호소하는 영상을 지난달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쳐

블랙핑크는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홍보대사로, 기후 행동 동참을 호소하는 영상을 지난달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쳐

같은 MZ 세대인 K팝 아이돌도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블랙핑크는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였습니다. 기후 행동 동참을 호소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죠. 이 영상은 약 한 달 만에 조회 수 780만회를 기록했어요.

밀실팀은 2030 K팝 팬 세 명을 만나봤습니다. 이들에게 MZ 세대 K팝 가수와 팬이 함께 바꿔 가는 새로운 팬덤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최애 아이돌' 보고픈데, 죄책감이 든다

플라스틱과 비닐 등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K팝 아티스트 앨범들. 백경민

플라스틱과 비닐 등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K팝 아티스트 앨범들. 백경민

"K팝은 사랑으로 장사를 하거든요. 좋아하는 가수가 앨범 판매량으로 성적을 내고, 그걸로 상을 받잖아요. 저희는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걸 돈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어요. 팬들이 앨범이나 굿즈를 필요 이상으로 사게 되는 이유죠."

NCT 팬이라는 박진희(23)씨는 K팝 산업을 '사랑 장사'라고 간단명료하게 소개해요. 팬들의 애정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해당 아이돌 소속사 매출에 찍힌 숫자란 거죠.

문제는 돈보다 죄책감입니다. 기후변화에 큰 관심을 가진 MZ 세대는 이른바 '덕질'을 하면서도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박씨는 "추첨으로 이뤄지는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선 앨범을 최소 몇십장씩 구매해야 한다. 또 앨범에 덤으로 들어있는 최애 아이돌의 포토 카드는 랜덤 방식이라,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앨범을 구매할 때도 있다"고 설명해요. 필요 없는 앨범 대다수는 그냥 폐기됩니다.

원하는 걸 얻고 나면 뿌듯하지만, 그 후에 쌓인 쓰레기 산을 보면 한숨이 나오죠. K팝 팬인 A씨(30)는 "(아이돌 관련 제품에) 일반적으로 쓰는 소재가 아닌 게 많아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재활용 안내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도 K팝과 그 팬들이 지구 지킨다

밀실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K팝 팬들. 백경민

밀실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K팝 팬들. 백경민

이렇게 팬심 한쪽에 자리 잡은 찝찝함을 해결하기 위해 팬덤이 뭉쳤습니다. 지구를 지키면서 '덕질'을 하자는 플랫폼 KPOP4PLANET(케이팝포플래닛)을 중심으로요. 케이팝포플래닛에서 소통 담당자로 활동하는 이다연(20)씨는 "K팝 팬들 특유의 결집력과 연대 문화가 있다"고 설명해요. 특히 "소셜 미디어상에서 '최애' 아이돌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굉장히 빠르게 공유하고 수용한다. 이런 MZ 세대들이 모여서 긍정적인 문화를 더 잘 전파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박진희씨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는 "개인이 혼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그냥 안 사고 말지'하는 것에 그칠 뿐"이라면서 "팬 플랫폼이 있으면 각자의 목소리를 모아 산업·기업 등에 강하게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이씨는 "팬들은 오래 전부터 기후 행동을 해왔다"고 해요. 예전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직접 선물 공세를 펼쳤던 '서포트(Support)' 문화였다면,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식이죠.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인도네시아 팬덤은 지민의 26번째 생일을 기념해 맹그로브 숲에 나무 8735그루를 기부하기도 했어요.

기후에 응답하라, K엔터테인먼트

K팝 팬들이 지구를 생각해 먼저 움직인 상황. 이제 남은 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일입니다. 특히 앨범·굿즈 등을 생산하는 주체인 K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죠.

A씨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굿즈나 MD(각종 물품)를 만들면 더 많은 팬덤을 만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팬들이 무차별적으로 양산되는 쓰레기에 회의감을 느끼는 만큼, 생산자들이 대안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거죠.

일부 가수들은 이미 변화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가수 청하는 1집 〈케렌시아〉 앨범을 친환경 재생 종이로 제작했어요. 해외에선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2022년 '저탄소 콘서트'를 열겠다고 선언했죠.

KPOP4PLANET(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 이다연(20)씨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K엔터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민 인턴

KPOP4PLANET(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 이다연(20)씨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K엔터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민 인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K 엔터 산업 간담회'엔 이다연씨가 참여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한다면 MZ 세대 소비자들은 우리 미래를 소중히 여긴다고 느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기후 행동 동참을 촉구한 거죠.

전 세계적으로 몇백만장씩 팔리는 K팝 아티스트들의 앨범이 달라지는 걸 상상해보세요. 포장지를 최소화하고, 친환경 재질을 사용하고, 탈(脫) 탄소 사회에 앞장선다면 많은 자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K팝을 향한 응원도 더 강해질 수 있죠.

시간이 갈수록 K팝이 더 많은 인기를 얻는 상황. 이러한 팬덤과 기후위기 대응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K팝은 전 지구에 기후 행동을 널리 퍼트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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