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석 달간 李 8번, 尹 5번 머리숙였다…사과뒤 지지율 득실 따져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8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5번. 최근 세 달 간 양당 대선후보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횟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12.16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12.16 [국회사진기자단]

16~17일에는 양당 대선 후보가 하루 간격으로 연달아 사과 의사를 표명하는 이례적인 그림이 연출됐다. 이 후보는 16일 장남의 도박 사이트 상습 이용 의혹에 대해, 윤 후보는 17일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허위이력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두 후보의 연이은 ‘가족 논란’ 사과에 “초유의 콩가루 대선”(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최근 세 달 간 두 후보는 수차례 여러 이유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세 달 간 총 5번 ‘사과’ 혹은 ‘송구’ 표현을 했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한 이른바 ‘전두환 발언’이 연이은 사과의 계기가 됐다. 10월 21일과 31일 해당 발언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후보 선출 후인 11월 10일에는 광주를 찾아가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SNS에 올려 발생한 ‘개 사과’ 논란에 대해서도 10월 22일 “챙기지 못한 제 탓이다.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10월 8일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참석한 경기도청 국정감사장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직원관리를 100%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를 포함해 세 달 간 총 8번, 특히 11월 한 달에만 총 5번의 사과를 했다. 대체로 ‘민주당의 부족함’을 사과의 이유로 삼았는데, 11월 18ㆍ22ㆍ25일에 걸쳐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몸을 낮췄다. 2일에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외면받고 비판받은 근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두 차례 사과했다.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선 “해명보다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11월 20일), 조카의 모녀 살인사건을 직접 변호한 일에 대해선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11월 25일)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잦은 사과를 했지만 사과에 이르는 과정은 다소 달랐다. 윤 후보의 경우 논란→해명→더 큰 논란→사과의 구도가 반복됐다. ‘전두환 발언 논란’ 다음날인 20일 경선 토론회에서 관련 비판에 대해 “그런 식으로 곡해하면 안 된다”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뉴스1) 이동해 기자 = 10일 광주 북구 518민주묘역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묘역 근처에서 참배를 하면서 묵념을 하고 있다. 2021.11.10/뉴스1

(광주=뉴스1) 이동해 기자 = 10일 광주 북구 518민주묘역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묘역 근처에서 참배를 하면서 묵념을 하고 있다. 2021.11.10/뉴스1

김건희씨를 둘러싼 논란에도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14일 관훈토론회), “현실을 잘 좀 보라”(15일 오전 백브리핑)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15일 오후 “국민 기준에서 미흡하게 처신했다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여권의 기획공세”라며 억울함을 앞세웠다. 윤 후보는 16일 “처 문제에 대해 국민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고, 결국 17일 당사 기자실을 찾아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몸을 숙여 공식 사과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실수에 대해 수정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타이밍이 번번히 늦어지면서 논란이 길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이 후보는 11월에 무더기로 사과를 하면서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22일 선대위 회의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큰절 사과’를 한 직후 여러 쟁점법안에 대해 “단독처리”를 주장한 걸 두고선 “(반성의)눈물을 보인 지 하루 만에 내보인 속내가 입법 날치기”(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후보를 뒤쫓는 ‘추격자’ 입장에서 지지율 만회를 위한 카드로 사과를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후보의 사과에 대해 “양심이 아닌 지지율에 반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인의 사과 표명은 시기와 방식에 따라 득실이 갈린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주요 의사결정권을 쥔 정치인일 수록 역공을 우려해 사과를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타이밍을 놓칠 경우 비판 여론이 지속돼 이미지 타격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 당시 뒤늦게 '녹화 사과'를 올렸다가 오히려 더 역풍이 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시기가 적절한 사과의 경우엔 여론 반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2년 차에 당초 원안 추진이 예상됐던 세종시법을 수정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대국민 담화에서 “부끄럽고 죄송스럽다”고 했는데, 오히려 지지 여론이 형성되며 지지율이 오르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자꾸 토를 달고 설명하면 사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과를 해놓고도 성과를 못 얻는 경우가 많다”며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응 태도가 굉장히 중요한데, 진정성을 담아 잘못을 인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