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없나" "급할 것 없다"...李·尹 아직도 준비중인 '썰전'

중앙일보

입력 2021.12.19 05:00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대선 방송 토론으로 맞붙은 적이 없다. 양당 후보 확정 뒤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웃는 얼굴로 ‘탐색전’만 벌였을 뿐, 본격적인 ‘썰전’은 아직 준비 단계다. 후보 선출(10월 10일)이 국민의힘(11월 5일)보다 한 달 빨랐던 민주당은 대선을 80여일 앞두고 윤 후보 측에 TV 등 방송 토론을 재촉하는 '선공'에 돌입했다.

與 “尹, 진정성도 자신 없나”

방송인 김어준씨는 1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승남 민주당 의원과 인터뷰했다. 여야가 구성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김 의원은 지난 14일 대선 방송 토론회 횟수와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날 “현행 선거법상 대선 후보들이 국민들 앞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토론회는 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 3회뿐인데, 그것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내년 2월 15일부터 3월 8일 사이에만 토론회를 개최하게 돼 있다”면서 “선거운동 시작 전에 3회 의무(토론회)를 선관위 주관으로 추가해 총 6회로 해야 한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그러자 진행자 김씨가 ‘이 법안이 발의돼 통과된다면 이번 대선에도 적용되냐’, ‘(민주당) 단독 통과도 가능하냐’등을 물었다. 김 의원은 “정개특위에서 여야 합의만 하면 가능하다”면서 “단독 통과는 조금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 개정을 시도하고 우리가 야당에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금 윤석열 후보가 막무가내로 토론회를 기피하고 있다”(김 의원)며 토론 시작 전부터 승기를 선점하려는 게 민주당의 숨은 의도다. 정개특위 소속인 민주당 중진 의원은 “논의 시도는 해봐야겠지만 개정안 처리를 국민의힘이 하려고 하겠느냐”면서 “윤 후보가 맞짱 토론을 피하는 건 비단 정책·공약 준비뿐 아니라 TV 토론에서 국민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진정성’ 측면에서도 자신이 없다는 방증 같다”고 말했다.

野 “李는 거짓말쟁이. 급할 것 없다”

민주당은 ‘토론회=국민의 알 권리’ 논리로 정개특위 논의를 굴려 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물리적으로 후보 선출이 늦었을 뿐, 토론을 피하는 게 아니다”(선대위 관계자)라고 응수한다. 대선 방송 토론은 규정 포맷을 따르는 선관위 주관의 ‘공설’ 의무 토론(3회)과 그 외 방송사·협회 등이 자유롭게 기획·구성하는 ‘사설’ 토론으로 나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이 후보가 ‘1인 토론’ 형식으로 참석했던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을 두고 여권 등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전날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일대일 토론이 무산됐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애초에 같이 하기로 결정했던 적이 없다”면서 “취소는 사실이 아니고, 우리는 우리의 프로그램에 따라 준비를 해서 연말에 차차 1인 토론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 정직하지 못한 거짓말쟁이 후보와 국민 앞에서 TV 토론을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이 후보는 하는 말이 맨날 바뀌어서 타겟팅(겨냥)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대위 공보단 관계자는 “이 후보 측이 토론하자고 덤비는 의도는 뻔하다”면서 “빨리 싸움판을 벌여 자기들이 잘하는 것처럼 움짤(짧은 동영상) 만들어 퍼뜨리려는 전략인데 우리가 굳이 거기 맞춰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57회→6회…줄어든 TV토론

1997년 처음 도입된 TV토론은 유튜브 등 실시간 스트리밍 채널 등장 이후 횟수가 줄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총 57회의 15대 대선 TV 토론에 출연해 달변으로 각종 이슈 논쟁을 주도한 끝에 승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긴 2002년에는 27회,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7년 대선 때는 11회의 TV 토론이 열렸다.

2012년 12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KBS에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2년 12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KBS에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역대 대선 중 단 3차례의 의무 토론만 했던 선거는 2012년 18대 대선이 유일하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셈법이 얽혀 사설 TV토론이 성사되지 않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역시 이를 빌미로 출연에 난색을 표해 KBS·MBC 등 주요 방송사가 기획 단계에서 토론회 추진을 접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TV 토론이 총 6회 있었는데, 이 중 선관위 주관 1차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제가 MB(이명박)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甲) 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고 뜬금없이 발언해 지지율 폭락을 겪었다. 당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의뢰로 리서치플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TV토론을 보고 후보 선택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1.5%가 ‘지지 후보를 바꾸는 쪽으로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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