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日교세라 회장“사업키우는 건 인재도 돈도 아닌 ‘이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92) 

뛰어난 리더의 자질 중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무엇일까.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은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91)이다. 그의 60년 경영철학 진수를 『왜 리더인가』란 책에서 보여준다. “돌이켜보니 위기를 넘기고 사업을 키우는 것은 인재도, 돈도, 능력도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고 밝힌다. 그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온전히 연결해 주는 것은 바로 ‘이타의 마음’ 즉, ‘남을 돕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기적이고 본능적인 충동에 의한 판단과 결정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대신 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하라는 의미로 혼으로 판단하라고 한다. 이해득실이 아닌 하늘의 도리에 맞는 판단이다.

일본 기업 '교세라'는 통신사업에 뛰어든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절대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출발 후에는 항상 선두에 섰고, 지금은 일본 최고의 통신회사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일본 기업 '교세라'는 통신사업에 뛰어든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절대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출발 후에는 항상 선두에 섰고, 지금은 일본 최고의 통신회사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이타의 마음이다. 그럴 때 성공하고, 가끔은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낸다.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그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자신에게 물었다고 한다. 전기통신 사업이 자유화될 때, 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정말로 선한 마음, 올바르고 순순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돈을 벌고 싶은 탐욕 때문은 아닌지 묻고 또 물었다고 한다. 새로 통신사업에 뛰어든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절대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출발 후에는 항상 선두에 섰고, 지금은 일본 최고의 통신회사로 성장했다.

2010년에는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을 재건하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았다. 나이 80의 고령이고 항공에는 문외한이라는 이유로 몇 번이나 고사했다. 그러나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한다. 그때 그는 이 일에 세 가지 중요한 가치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나라의 대표 항공사 파산은 국가 경제에 너무나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재건에 성공한다면 국가 경제의 부활에 기여하는 것이다. 둘째는 남겨진 직원을 위해서다. 3만2000여명의 직원이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되는데, 그들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일이다. 셋째는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다. 대형 항공사가 없어지면 한 곳의 독점으로 항공운임이 치솟고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국민 생활에 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맡았다. 당시 일본항공은 부채 21조 원, 매년 5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파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개혁 착수 단 1년 만에 파탄난 재정을 회복하고 다음 해부터는 최고의 수익을 갱신했다.

그는 이런 사례를 들면서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마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또 “운명은 그 사람의 마음 안에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사람은 단 한 톨의 의심 없는 순수한 마음이 있을 때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절박한 시간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듯이, 내면에서부터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사진 pixnio]

절박한 시간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듯이, 내면에서부터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사진 pixnio]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그가 말년에 『8번째 습관』이란 책을 발간했는데 그 부제가 ‘성공으로부터 위대함’으로다. 사람은 신체지수(PQ),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 외에 영적 지수(SQ; Spiritual Q)가 있다. 그중에서도 영적 지수인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만약 심장마비에 걸려서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하자. 그 짧은 순간,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간절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 1~2년 후 퇴직을 할 예정이다. 그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남은 회사생활, 어떻게 후회 없이 보낼지를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절박한 시간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듯이, 내면에서부터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버리고, ‘미리 가본 미래’를 그리면서, 후회 없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데 ‘위대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위대한 인물 중에 100m 미인도 많다. 멀리서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형편없더라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 중 하나가 괴테이다. 18세기 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선풍적인 인기는 그의 재능이라기보다는 당시 시대 풍조에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괴테가 사실은 자기보다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진 사람에 대해 참지 못했다고 한다. 동료 후배 작가를 미련한 친구라 부르고 그 능력과 재능을 폄하해 그들을 파멸로 몰고 갔다고 한다. 토마스 만은 이런 괴테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천재들이 북적대는 곳에서는 서로 생산적인 영향도 주고받지만, 숨쉬기조차 힘든 증오와 질투도 벌어진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직원의 후생과 복지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또 하는 일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늘 마음속에 두었다. 도를 닦듯이 사업을 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괴테처럼 잘 나가는 후배와 동료 작가를 은근히 시기 질투하고 깎아내리는 것은 문학의 세계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어디서나 흔히 일어나는 인간의 옹졸하고 탐욕스런 모습이다. 이런 세상에 희생과 헌신하는 마음으로 평생 기업을 가꾸면서 일본인들의 칭송을 받는 이나모리 회장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