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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우퍼스피커 설치"…층간소음 고통스럽다고 보복했다간

중앙일보

입력

층간소음 갈등 이미지. 중앙포토

층간소음 갈등 이미지.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최나현(가명)씨는 층간소음 스트레스로 최근 ‘우퍼스피커’를 설치했다.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에 대한 보복용으로 묵직한 저음을 재생할 수 있는 ‘무기’를 마련한 것이다. 최씨는 “위층에서 새벽마다 무엇을 하는지 쿵쿵 소리가 나 잠에서 깬다”며 “위층 주민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본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소음이 나지 않을 때도 언제 또 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라며 “우퍼스피커를 아직 작동해보진 않았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나”라고 분노했다.

층간소음 갈등 급증…보복 고민하는 이들 

최씨처럼 층간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의 전화상담 접수가 2012년 8795건에서 지난해 4만2250건으로 9년 새 거의 5배로 늘었다. 2019년(2만6257건)에 비해 지난해 약 60% 이상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데 따라 층간소음 민원도 함께 증가했다는 게 환경부의 분석이다.

현장방문 상담 및 소음측정을 위한 현장진단 신청 민원은 2012년 1829건에서 2020년 1만2139건으로 6.6배가 됐다. 지난해 건수는 2019년(7971건)보다 52%가량 늘었다.

포털사이트 쇼핑란에서 ‘층간소음 보복 우퍼스피커’ 검색 결과. 사진 네이버 캡처

포털사이트 쇼핑란에서 ‘층간소음 보복 우퍼스피커’ 검색 결과. 사진 네이버 캡처

층간소음 고통이 쉽게 해결되지 않자 보복 방안을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소셜미디어나 주변에 층간소음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고무망치와 우퍼스피커 등을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인터넷에서 우퍼스피커를 검색하면 ‘층간소음 전용’이라는 홍보 문구가 뜰 정도다. 우퍼스피커는 저음인 데다 진동이 세 천장에 설치하면 위층을 향한 보복소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주장이다.

우퍼스피커 구매자들은 “층간소음 1년 동안 참다가 우퍼스피커 한 번 사용했는데 참교육 됐는지 윗집 ‘발망치’가 바로 조용해졌다” “왜 이제야 샀는지…억누르고 참아온 나날이 덧없이 느껴진다”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대비책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등의 후기를 올렸다.

보복했다간 되레 처벌받을 수도

하지만 층간소음 피해를 소문내거나 ‘보복 소음’ 장치를 사용한 게 알려지면 처벌될 수 있다. 일례로 개그맨 안상태씨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4월 ‘안상태 가족은 층간소음 가해자’라는 내용의 폭로성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아랫집 거주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안씨 측은 “폭로성 글은 대부분 허위”라며 정신적 고통도 호소했다.

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우퍼스피커를 사용했다가 3000만원을 배상한 판례도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윗집 A씨 부부가 아랫집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3000만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층간소음 배상금 중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항은 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인근소란죄)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층간소음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3년 층간소음 항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천장 두드리기, 전화·문자메시지로 항의하기 등은 가능하다. 하지만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 직접 들어가 항의하기는 불법이다.

층간소음 유발하는 ‘발망치’. 중앙포토

층간소음 유발하는 ‘발망치’. 중앙포토

“증거 모아 정식 문제 제기하는 게 효과적” 

전문가들은 보복 등으로 갈등을 키우기 보단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 해결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장성균 변호사(변호사장성균 법률사무소)는 “2~3달에 걸쳐 증거를 모으는 게 관건”이라며 “층간소음 때문에 아파트 관리실을 자주 찾았다는 진술서나 녹취 등을 남기고 내용증명을 꾸준히 보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아울러 정신과를 방문한 이력과 진단서 등을 종합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압류(채무자의 재산 압류로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는 절차)를 한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지자체가 건물 완공 후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를 오는 2022년 7월쯤 도입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아파트 완공 후 일부 가구를 선정해 바닥 충격음이 어느 정도 아랫집으로 전달되는지 직접 측정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성능을 확인한 후 건설사에 보완 공사 등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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