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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건 거부한다”…대표님에게 콜라병 의상 입힌 이 남자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있는 노브랜드버거 서울시청점 앞. 빨간색 콜라병과 초록색 사이다병 의상을 입은 남성 두 명이 행인에게 20여 분간 탄산음료를 나눠줬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에서 출시한 ‘브랜드 콜라’ ‘브랜드 사이다’의 홍보 행사였다. 이날 빨간색 콜라병 의상을 입고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연신 “브랜드 콜라, 맛있어요”를 외친 남성은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다.

[잡썰40] 고병도 신세계푸드 NBB 마케팅팀장

고병도 신세계푸드 NBB 마케팅팀장이 ‘브랜드 콜라’ ‘브랜드 사이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고병도 신세계푸드 NBB 마케팅팀장이 ‘브랜드 콜라’ ‘브랜드 사이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이날 과감하게 송 대표에게 콜라병 의상을 입혀 거리에 세운 사람은 고병도(42) 신세계푸드 노브랜드버거(NBB) 마케팅팀장이다. 그는 “재밌고 독특하면서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구상을 하다가 유명인을 내세우기보다 ‘대표님’을 내세워 화젯거리가 되자는 마케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팀장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노브랜드버거는 신세계푸드가 2019년 선보인 버거 프랜차이즈다. 현재 100호점을 넘어섰다. 그간 노브랜드버거는 독특한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닭고기 없는 ‘노치킨 너겟’, 주로 피자 재료로 쓰이던 페퍼로니를 넣은 ‘페퍼로니 버거’, 달콤한 감자튀김인 ‘슈가 버터 프라이’ 등이다. 그는 “마케팅 담당으로서 이런 제품의 홍보를 기존의 방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팀장의 가장 큰 숙제는 ‘기존에 없는 방식’의 마케팅이다. 이를 위해 ‘표적 마케팅’을 활용한다. 예컨대 페퍼로니 버거는 페퍼로니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호응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불특정 다수가 대상인 TV 광고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페퍼로니 피자를 즐기는 수요층을 노린 특별한 방식이 필요했다. 고 팀장은 “버거나 콜라같이 이미 선두주자가 확실한 시장에 진출하면서 TV 광고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홍보로는 고객의 눈길을 끌 수 없다”며 “강력한 경쟁자들 틈을 뚫기 위해서 ‘재미’라는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고 팀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다양한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일 수가 없어서다. 그는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팅을 꿈꾼다. 대표적으로 길거리에 마라부터 떡볶이까지 다양한 재료를 펼쳐놓고 행인이 직접 버거를 만드는 이벤트다. 그는 “괴짜 브랜드는 아니지만 두꺼운 매니어 층이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게 평범하고 예측할 수 있고 뻔한 방식”이라고 콕 찝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지난 14일 노브랜드 버거 서울시청점 앞에서 행인에게 ‘브랜드 콜라’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지난 14일 노브랜드 버거 서울시청점 앞에서 행인에게 ‘브랜드 콜라’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고 팀장은 창의성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늘 “아무 얘기나 해보라”고 말한다. 회의할 때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고 팀장은 “그거 별로인데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입을 열지 않는다”며 “별 뜻 없이 한 말이 모여 훌륭한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연초 신세계푸드에 입사하기 바로 전 그는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을 맡았다. 고 팀장은 외국계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를 조직력이라고 꼽았다. 그는 “개인의 능력에 집중하는 외국계 기업보다 한국 기업은 각 부서 간 협력이 유기적”이라며 “예컨대 브랜드 콜라 마케팅에 대해 여러 유관부서가 알고 있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고 팀장의 목표는 노브랜드버거를 한국의 대표적인 토종 버거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불고기·갈비·비빔밥과 함께 한국식 버거가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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