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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전철요금 어떻게 배분할까…'年1000억 정산’의 경제학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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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는 지하철 개찰구. [뉴스 1]

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는 지하철 개찰구. [뉴스 1]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전철,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하면 4회까지 환승이 가능합니다. 승객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기본요금을 한차례 내고 하차할 때 이동거리에 따른 추가요금만 부담하면 되는데요.

 서울의 경우 지하철 기본요금은 1250원(교통카드 기준), 시내버스는 1200원입니다. 또 기본거리(10㎞)를 넘어서면 10~50㎞ 이내는 5㎞마다 100원씩이 추가됩니다.

 지난 2004년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전철과 버스를 갈아탈 때마다 각각 요금을 내야 했는데요. 승객 입장에선 통합환승할인제도가 교통비 절감에 상당히 유용한 게 사실입니다.

 여러 번 환승하며 낸 요금 '연락운임'  

 게다가 타고 내릴 때 교통카드로 한 번씩만 버스 요금단말기나 지하철 개찰구에 태그하면 알아서 요금이 정산되니 더 편리할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승객이 낸 요금을 버스와 철도회사들이 어떻게 나누어 가질까 하는 겁니다. 우선 환승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만 탔다면 그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회사나 철도회사가 요금을 다 받으면 될 겁니다.

승객이 낸 요금은 연락운임 정산을 통해 각 철도운영회사가 나눠 갖는다. [뉴스1]

승객이 낸 요금은 연락운임 정산을 통해 각 철도운영회사가 나눠 갖는다. [뉴스1]

 그런데 승객이 버스와 전철을 여러 번 갈아탔다면 어떨까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지는데요.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연락운송(連絡運送)'이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합니다.

 버스와 지하철은 매일 바로 정산  

연락운송은 한 번의 승하차로 두 개 이상의 기관이 운영하는 노선을 연결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현재같은 환승시스템입니다.

 이 같은 연락운송에 지불한 운임을 '연락운임(連絡運賃)', 그리고 연락운임을 두 개 이상의 운영기관이 나누어 가지는 절차를 '연락운임 정산'이라고 합니다.

지하철과 버스 사이에 이뤄지는 환승관련 요금은 매일 바로 정산한다. [뉴스1]

지하철과 버스 사이에 이뤄지는 환승관련 요금은 매일 바로 정산한다. [뉴스1]

 연락운임 정산은 복잡합니다. 우선 버스와 철도 사이에 발생한 환승에 대해서는 매일 정산이 이뤄집니다. 승객이 낸 요금을 각각 버스와 철도의 기본요금 비율만큼 나누는 건데요. 지하철을 오래 타고 버스를 잠깐 탔다고 해도 이 방식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합니다.

 74년 처음 연락운임 정산 시작  

 이렇게 버스와 정산하고 남은 수입에다 전철로 환승하면서 낸 요금을 더해서 철도운영기관들이 나누게 되는데요. 처음 연락운임 정산을 시작한 건 1974년입니다.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철도청(현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간에 요금을 배분한 건데요.

 서울지하철 1호선은 서울역~청량리역 구간은 서울교통공사, 나머지 구간은 철도청 소관입니다. 승객이 두 구간을 섞어서 이동하게 되면서 요금을 나눌 필요성이 생긴 겁니다. 당시는 두 기관이 협의를 통해서 배분액을 정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합의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만 해도 철도운영기관이 무려 11개나 되기 때문인데요. 공기업과 민자철도회사들이 섞여 있습니다.

 수도권에 요금 나눌 철도회사 11개  

 공항철도,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메트로9호선, 신분당선, 용인경량전철, 우이신설경전철, 의정부경량전철, 인천교통공사, 코레일에 경기철도와 김포골드라인이 포함됩니다.

 숫자도 숫자지만 연락운임 정산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없는 것도 이유인데요. 현행 도시철도법에는 당사자 간 협의로 정하고, 정 안되면 국토부 장관이 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연락운임 정산은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1974년 시작됐다. [출처 코레일]

연락운임 정산은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1974년 시작됐다. [출처 코레일]

 사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다는 게 철도업계의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승객의 이동경로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승차지점과 하차지점은 알 수 있지만 그사이에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승객 이동 경로 파악 사실상 불가능   

 예를 들어 서울역에서 금정역까지 이동한 승객이 있을 경우 경로는 두 가지가 나옵니다. 국철 1호선을 타고 금정역을 가거나 서울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는 건데요.

 국철 1호선을 탔다면 서울역~금정역은 모두 코레일 구간이기 때문에 요금을 코레일이 대부분 받으면 됩니다. 무조건 100%가 아닌 이유는 승객이 4호선 개찰구를 통해 들어왔다면 기본요금의 10%는 서울교통공사에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찰비용 명목입니다.

지하철 승객의 이동경로를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뉴스 1]

지하철 승객의 이동경로를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뉴스 1]

 만일 4호선을 이용했다면 서울역~남태령은 서울교통공사구간이고, 나머지는 코레일 구간이어서 둘이 요금을 나눠야 하는데요. 문제는 승객이 둘 중 어떤 경로를 택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일일이 승객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환승게이트 있어도 배분 기준 논란  

 이런 상황은 11개 철도운영기관들 사이에 수시로 발생하게 됩니다. 그나마 민자철도는 환승게이트를 설치한 덕에 환승객 규모를 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요금 배분 때 좀 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환승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그 비중을 인정해줘야 할지가 또 쟁점이 됩니다. 민자철도 이용거리는 짧고 다른 철도 탑승구간이 길 경우 배분 비율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신분당선은 환승게이트를 설치해 환승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신분당선은 환승게이트를 설치해 환승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이처럼 기준도 불명확하고 논란거리도 많다 보니 철도운영기관들 사이의 연락요금 정산은 3~4년에 한 번 정도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은 처음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간 개찰구의 관할기관이 보관하고 있는데요.

 한해 나눌 요금만 1000억원 달해  

 아무래도 서울 시내의 승객이 많은 만큼 서울교통공사가 보관 중인 돈이 가장 많습니다. 최근에 이뤄진 연락요금 정산은 지난 5월이었는데요. 2015년에서 2017년까지 3년 치였습니다.

 이때 각 기관이 주고받은 정산금액이 총 3000억원가량이었다고 하는데요. 정산할 요금이 한해 1000억원 정도 되는 셈입니다. 당시도 각 기관이 2년여 동안 협의를 진행하고, 정산을 위한 공동용역도 했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연락운임 정산은 협의가 쉽지 않다. [출처 중앙일보]

연락운임 정산은 협의가 쉽지 않다. [출처 중앙일보]

 그래서 결국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조정결정을 내린 겁니다. 때론 연락운임 정산을 놓고 기관 간에 의견충돌이 일어나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속가능한 정산체계 마련 급선무  

 이제 2018년 이후 연락요금 정산을 해야 하는데요. 늘 논란이 되다 보니 최근 대광위가 철도운영기관들과 '수도권 철도기관 연락운임 정산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내년 초부터 연락운임 정산 규칙 마련 등을 위한 공동용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정산체계를 만들어서 향후에는 일일 또는 월간 단위 등으로 주기적인 정산을 하겠다는 내용인데요.

 목표대로만 된다면 정산을 둘러싼 마찰은 한결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해묵은 난제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좋은 결론을 도출해서 각 기관이 승객 수송에 공헌한 만큼 합당한 요금 배분이 가능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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