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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손님 10명, 미쉐린 3스타 스시집의 평범한 비결[한 입 세계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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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세계여행 - 일본 스시

미쉐린 가이드 별 세 개를 받은 일본의 스시야 '스시 교텐'에서 참치를 손질하는 장면. 최고급 참치만을 고집하는 스시 교텐은 1년에 참치 구입비로 약 4억원을 쓴다고 했다.

미쉐린 가이드 별 세 개를 받은 일본의 스시야 '스시 교텐'에서 참치를 손질하는 장면. 최고급 참치만을 고집하는 스시 교텐은 1년에 참치 구입비로 약 4억원을 쓴다고 했다.

『미쉐린 가이드』 2022년 서울편이 11월 발간됐다. 모두 33개 레스토랑이 별을 받았는데, 8개 레스토랑이 일식집이었다. 한식으로 분류된 레스토랑과 같은 숫자다. 미쉐린 스타 일식집 8곳 중에서 4곳은 스시야(すし屋)였다(별 2개 1곳, 별 1개 3곳). 미쉐린 가이드의 유별난 스시 사랑을 새삼 확인하다 오래전 추억을 떠올렸다.

스시 종주국 일본에는 미쉐린 별을 받은 스시야가 수두록하다. 하나 별 3개를 받은 스시야는 5곳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한 곳을 가봤다. 후쿠오카(福岡)의 ‘스시 교텐(行天)’이다. 도쿄(東京)와 교토(京都) 이외 지역에서 유일한 별 3개 스시야다. 2014년 미쉐린 가이드 후쿠오카 편이 나올 때 별 세 개를 달았고, 지금도 별 3개를 지키고 있다.

스시 교텐은 작은 스시야다. 하루 열 명만 손님을 받는다. 예약은 6개월 전에 해도 쉽지 않다. 메뉴는 따로 없다. 전형적인 ‘오마카세(お任せ) 스시야’다. 가게 이름은 주인 교텐 겐지(行天健二)의 이름에서 왔다. 미쉐린이 인정한 장인 교텐 겐지는 의외로 젊다. 서른아홉 살이다. 열여덟 살 때부터 스시야를 하던 할아버지로부터 스시를 배웠다. 경력 21년째다.

성게알 요리. 약을 치지 않은 자연산 성게알이다.

'아카미'라 불리는 참치 붉은 살 스시
빨간 돔으로 만든 스시
전갱이 스시

식사는 한 편의 퍼포먼스 같았다. 식사가 진행된 2시간 동안 교텐 겐지는 부지런히 음식을 내놨고 그때마다 설명을 붙였다. 그의 설명은 친절하면서도 위엄이 있었다. 식재료는 물론 최고급이었다. 이를테면 스시 교텐은 1년 참치 구입비로 4000만엔(약 4억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교텐 겐지는 “손님 돈을 잠깐 빌린다는 생각으로 일본 전역에서 최고의 생선을 받아서 쓴다”고 말했다.

교텐 겐지에게는 독특한 루틴이 있었다. 스시를 딱 한 번만 쥐었다. 그는 “밥알 사이에 공기를 넣기 위해 한 번만 쥔다”며 “그래야 밥이 입 안에서 풀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니기리(握り·스시 잡는 법)를 혼테가에시(本手返し)라 한단다. 햅쌀은 수분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6개월 묵혀 쓴다고도 했다. 설명을 듣다 보니 교텐 겐지의 스시가 미쉐린 최고 등급을 받은 건, 최고급 식재료 때문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고 미미한 곳에서 만들어낸 차이 때문이었다. 이 작지만 깊은 차이를 설명할 때 그는 가장 열정적이었다.

스시 교텐의 스시 장인 교텐 겐지. 칼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스시 교텐의 스시 장인 교텐 겐지. 칼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스시를 선호하는 프랑스 미식 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적어도 스시가 맛있는 나라다. 바깥에서 볼 때 두 나라는 닮은 구석이 많다는 뜻이겠다. 지난달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한일관광진흥협의회를 열어 관광 교류 재개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3년 만에 이뤄진 한일간 공식 관광 교류다. 어쩌다 보니 두 나라가 너무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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