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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아내 경력 기재 부정확, 공정·상식에 맞지 않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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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호 05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제 아내와 관련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적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의 공식 사과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후원금 모금 행사에 참여한 뒤 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A4 종이를 꺼낸 윤 후보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아내와 관련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죄송하다”며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였다. 발표 직후 ‘부인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윤 후보는 “법과 원칙에 예외는 없다”고 짧게 답한 뒤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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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전날까지도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당장의 사과 표명과는 거리를 뒀다. 이에 대해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일일이 다 확인하고 한참 뒤에 사과하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저녁 당 선대위가 김씨 관련 의혹 중 ‘어떤 건 확인이 되는데 어떤 건 도저히 확인 불가능하다’고 보고하자 윤 후보가 “확인이 다 될 때까지 기다렸다 사과한다면 그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단 지금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 자체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겠다”며 결단을 내렸다는 게 이 대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엔 사실 확인을 앞세워 사과를 늦출 경우 여론의 급속한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현실적 우려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자체 여론조사 결과 ‘김건희 이슈’로 인해 영남권과 70대 이상 등 주요 지지층의 이탈 흐름이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35%를 기록해 36%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1%포인트 뒤졌다. 36%로 동률을 기록한 2주 전 조사와 비교할 때 이 후보 지지율은 그대로였지만 윤 후보만 1%포인트 내려갔다.

세부 지표는 윤 후보에게 더 불리하게 나왔다. 특히 무당층의 경우 2주 전 조사에서는 19% 대 17%로 윤 후보 지지도가 높았지만 이번엔 18% 대 20%로 역전됐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무당층의 표심이 윤 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령별로도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이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당내에선 윤 후보 사과 내용 중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아”라는 발언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건희 의혹’ 국면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문제가 있음을 처음 인정한 뉘앙스라는 점에서다. 이 대변인은 ‘사과 포인트가 허위 경력 문제에 있는 것이냐. 논란에 따른 소란스러움에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허위 경력 의혹 중) 사실로 드러난 부분은 인정한 것”이라며 “아직 의혹 수준인 것도 있지만 이것도 다 포함해서 사과한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김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윤 후보의 태도는 시시각각 달라졌다. 당일인 지난 14일 오전엔 “현실을 알고 보도하라”며 기자들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이더니 오후에 김씨가 언론과 접촉해 사과의 뜻을 밝히자 “국민의 기대에 맞춰 저희가 송구한 태도를 갖는 것은 맞는 태도”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결국 이날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했다.

선대위와 당 지도부 분위기도 윤 후보의 사과를 재촉하는 방향이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사과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고, 이준석 대표도 윤 후보의 지지도 정체 현상에 대해 “당대표 입장에서 지금 환장하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최근 며칠 동안 ‘김건희 이슈’에 묻혀 후보는 전혀 보이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냉랭해지는 여론에 지지율까지 흔들리면서 유세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다른 인사도 “여당 후보처럼 마이크 앞에 서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불길이 잡힐 것이란 목소리가 적잖았다”고 말했다.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사과한 이 후보처럼 대응해야 여론이 반응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그런 가운데 당 차원에서는 불법 도박 의혹이 불거진 이 후보 아들에 이어 부친까지 거론하며 이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이재명 비리 검증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태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전과 4범이고 아버지도 옛날에 상습 도박을 했다고 이 후보 자서전에 적혀 있는데 아들까지 사실상 자백했으니 3대를 이은 범죄자 집안이 아니냐는 얘기가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태블릿PC 보도 이후) ‘연설문을 제가 누구한테 부탁해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고구마 줄기를 조금 당겨보니 계속 딸려 나오면서 국정농단과 탄핵까지 이르게 된 것 아니냐”며 “이 후보도 지금 뭘 알고 사과했는지 모르겠다”고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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