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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눈 떼야 세상이 보인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7호 21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필로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힘든 일은 없다.” 역설적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저자 제니 오델은 자신을 ‘새 관찰자’로 소개한다. ‘새 관찰’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한 ‘작은 저항’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인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시각예술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 외의 일상은 공원을 찾아 새를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새를 관찰하는 시간을 저자는 해독제로 여긴다. 무엇을 위한 해독일까.

이 책의 주요 키워드는 ‘관심(attention)’이다.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에 의해 혼탁해진 마음을 해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지털 권력과 관심경제에 의해 분산된 ‘관심의 주권’을 되찾아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새 관찰은 다른 여러 방향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을 읽는 각자가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과 시간으로 관심을 이동시키자는 얘기다.

우리 마음은 소셜미디어에 팔려 혼탁해진다. 눈을 들어 새를 보고 나무를 보자. [AFP=연합뉴스]

우리 마음은 소셜미디어에 팔려 혼탁해진다. 눈을 들어 새를 보고 나무를 보자. [AFP=연합뉴스]

소셜미디어가 주도하는 관심경제가 인간의 다양한 관심을 도구화해 이윤을 취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관심을 더 오래 묶어 두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져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맥락 없는 정보나 타인의 삶의 단편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런 중독성 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 내가 정말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 저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일단 소셜미디어에 대한 성찰이 그 출발점이다.

저자가 이 책을 구상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무렵이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정치적으로 조작된 온갖 가짜 뉴스가 쏟아지는 온라인 환경에서 저자는 많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온라인 소음을 벗어나기 위해 집 근처의 공원을 찾으면서 그의 ‘새 관찰’은 시작됐다. 이런 시간을 통해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무엇이 자신을 괴롭혔는지 알게 되었고, 현실에 두 발을 딛기 위해서는 실제 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날 트위터에서 일어난 소용돌이 같은 논쟁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면 커다란 부리와 레이저처럼 새빨간 눈을 가진 해오라기 두 마리가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를 관찰하는 일의 대부분은 새 소리를 듣는 시간이다. 새 관찰은 온라인에서 뭔가를 찾아보는 행위의 정반대에 위치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산성이 모든 가치를 결정하는 세태를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동양의 고전 『장자』에 나오는 ‘쓸모없는 나무’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나무의 가치를 오로지 목재로만 바라보는 인간의 편협한 기준을 조소하는 대목이 나온다. 목재로서는 쓸모가 없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 쓸모없음 때문에 더 오래 자신을 보존할 수 있다는 고사다. ‘쓸모없음의 쓸모’라는 역설을 주목하게 된다. 이 책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노장 철학의 ‘무위(無爲)’ 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에 깊은 관심을 갖고 돌보는 것을 의미하는 ‘장소 인식(placefulness)’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모두가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자기만의 뮤즈를 찾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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