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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 반려견 가방·침대…옷 맞춰 입는 ‘개플룩’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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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호 26면

[서정민의 ‘찐’ 트렌드] ‘펫셔리’가 뜬다 

사람의 옷을 축소해놓은 듯 섬세하게 디자인된 모스키노 ‘펫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사람의 옷을 축소해놓은 듯 섬세하게 디자인된 모스키노 ‘펫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미국의 현대사진작가 윌리엄 웨그만은 자신의 반려견을 모델 삼아 작업세계를 구축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50년 동안 독일 사냥개의 일종인 바이마라너 품종 15마리와 작업해온 그의 작품들 중 대중에게 친숙한 것은 반려견을 의인화한 광고·잡지 화보 사진들이다. 실제로 위그만과 그의 반려견은 디올, 입생로랑, 마크 제이콥스, 막스마라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며 수많은 화제작을 낳았다. 마크 제이콥스의 빨간 트랙슈트(추리닝)를 입고 두꺼운 금목걸이까지 걸친 도도한 표정의 반려견을 상상해보시라. 명품 옷을 이처럼 잘 소화할 수 있는 개라니!

국민 4명 중 1명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

사람의 옷을 축소해놓은 듯 섬세하게 디자인된 모스키노 ‘펫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사람의 옷을 축소해놓은 듯 섬세하게 디자인된 모스키노 ‘펫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웨그만의 사진 속 풍경을 요즘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길거리 산책을 나온 반려견을 보면 대부분 ‘옷’을 입고 있다. 트렌치코트, 레인코트, 가죽 점퍼, 블루종, 트레이닝슈트, 후드 스웨터 등 종류도 다양해서 계절·날씨에 따라 사람 옷차림이 달라지듯 수시로 바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옷을 입지 않은 반려견을 보면 알몸으로 외출한 사람을 본 듯한 착각이 든다. 반려견 옷의 디자인과 마감새를 통해 견주의 감각과 부유한 정도를 짐작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최근에는 웨그만의 사진 속 반려견처럼 한 벌에 100만~2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옷을 입는 반려동물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나’와 동일시하며 고급 소비재 구입에 망설이지 않는 소비자 ‘펫미(펫=미)족’이 증가하면서다. 패션 브랜드들 역시 지난 몇 년 새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반려동물 전문 컬렉션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람의 옷을 축소해놓은 듯 섬세하게 디자인된 모스키노 ‘펫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사람의 옷을 축소해놓은 듯 섬세하게 디자인된 모스키노 ‘펫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몽클레르의 ‘폴도 도그 쿠튀르’가 대표적이다. ‘멍클레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몽클레르 반려견 구스 패딩 베스트는 탈부착이 가능한 후드가 달렸고 뒤집어서도 입을 수 있는 리버시블로 디자인됐다. “하나의 아이템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브랜드의 설명이다. 지난 11월에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모스키노도 펫 컬렉션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매 시즌 유머러스하고 창의적인 의상을 디자인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레미 스콧은 반려견 옷을 만들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람 옷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 섬세한 디자인의 바이커 재킷, 트렌치코트, 후드티셔츠,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광고 속 반려견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절로 난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펜디 역시 브랜드 로고가 그려진 반려견 코트를 내놓았다. 가격은 57만원.

‘멍클레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몽클레르 패딩 베스트. [사진 각 브랜드]

‘멍클레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몽클레르 패딩 베스트. [사진 각 브랜드]

옷은 아니지만 외출 시 또는 집에서 사용하는 반려견 용품을 따로 준비한 명품 브랜드들도 여럿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홈페이지에서 반려견 이동가방(345만원), 목줄(96만원), 목걸이(80만원), 목욕통(225만원), 침대(80만원), 러그(48만원), 밥그릇(153만원) 등을 판매하는데 모두 가격이 만만치 않다. 펜디도 반려견 침대(소형 160만원, 대형 200만원), 이동용 가방(325만원)을 홈페이지에서 판매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용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78.9% 성장했다.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시장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반려견이 주목 받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프리미엄 펫 컬렉션’ 5종의 올해 매출은 2015년 대비 729% 성장했다. [사진 각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프리미엄 펫 컬렉션’ 5종의 올해 매출은 2015년 대비 729% 성장했다. [사진 각 브랜드]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년 한국반려동물보고서(2020년 말 기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04만 가구. 전체 가구의 29.7%에 해당한다. 반려인은 1448만 명.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소중한 가족이고, 이런 ‘펫팸(펫+패밀리)족’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건 반려견과 똑같이 옷을 맞춰 입는 커플룩, 일명 ‘개플룩’이다. 반려동물 패션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의 컨셉트 역시 ‘개플룩’에 맞춰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캘러웨이 골프코리아가 올해 처음 출시한 ‘펫 어패럴’. 견주와 반려견이 옷을 똑같이 맞춰 입는 ‘개플룩’이 컨셉트다. [사진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

캘러웨이 골프코리아가 올해 처음 출시한 ‘펫 어패럴’. 견주와 반려견이 옷을 똑같이 맞춰 입는 ‘개플룩’이 컨셉트다. [사진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

캘러웨이 골프코리아가 올해 처음 출시한 ‘펫 어패럴’. 견주와 반려견이 옷을 똑같이 맞춰 입는 ‘개플룩’이 컨셉트다. [사진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

캘러웨이 골프코리아가 올해 처음 출시한 ‘펫 어패럴’. 견주와 반려견이 옷을 똑같이 맞춰 입는 ‘개플룩’이 컨셉트다. [사진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

프리미엄 골프용품과 골프복을 전개하는 캘러웨이골프 코리아는 지난 10월 반려견을 위한 ‘캘러웨이 펫 어패럴’을 전격 출시했다. 티셔츠·스웨터 등 총 4종류를 선보였는데 한눈에 봐도 견주와 반려견이 옷을 동일하게 맞춰 입은 걸 알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캘러웨이골프 코리아의 이상현 대표는 “반려동물들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 또한 점점 늘고 있다”며 캘러웨이 펫 어패럴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코오롱FnC는 지난 8월 키즈 패션 브랜드 리틀클로젯을 리뉴얼하면서 동물 일러스트를 넣은 아동복과 반려견 옷을 동시에 출시했다. 어린 아이들과 반려동물은 이미 좋은 친구지만 옷까지 같은 걸로 맞춰 입은 광고 사진들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6년 만에 펫 컬렉션 매출 729% 뛰기도

에르메스 반려견 이동용 가방(가운데)과 밥그릇(사진 왼쪽), 펜디의 반려견 침대(오른쪽). [사진 각 브랜드]

에르메스 반려견 이동용 가방(가운데)과 밥그릇(사진 왼쪽), 펜디의 반려견 침대(오른쪽). [사진 각 브랜드]

반려견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펫팸족에게는 고가의 펫 케어 화장품도 인기다. 소중한 가족에게 좋은 뷰티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동시에 고급스러운 향기를 지니게 하고 싶은 이유다. 800년 전통의 이탈리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는 2015년부터 반려동물을 위한 프리미엄 펫 컬렉션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시기도 컬렉션 론칭과 동일한데, 올해 국내 매출은 2015년 대비 729% 증가했다. 샴푸 4만5000원(250ml), 해충 접근 방지 로션 5만7000원(50ml), 데오도란트 2만5000원(150ml) 등 고가임에도 매년 조기 완판 될 만큼 인기다. 뉴욕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 역시 지난해부터 캐모마일 꽃 추출물을 함유해 반려견의 털을 순하고 부드럽게 관리할 수 있는 샴푸·컨디셔너·세정제 등 펫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고가의 명품 아이템을 아낌없이 사주는 ‘펫셔리(펫+럭셔리)’의 유행에는 두 가지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펫미족, 펫팸족 의미 그대로 ‘나’를 투영하는 동시에 가족인 반려견을 통해 자신의 부를 드러내고자 하는 과시욕이다. 둘째 자신이 소유하기에는 너무 고가인 명품을 그나마 낮은 가격의 반려동물 용품으로 소유하면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한 이향은 LG전자 H&A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는 이런 분석도 내놓았다. “휴대폰을 ‘나’의 확장자라고 생각했던 MZ세대의 개념이 반려동물로 확대됐다. 때문에 반려동물에게 좋은 선물을 하는 건 자신을 위한 칭찬, 즉 ‘잘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쓰담쓰담, 토닥토닥 격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해석이든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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