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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아이들 부작용 겁나” vs 장·노년층 “전파 막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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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호 03면

백신 접종 세대갈등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패스’ 정책이 “청소년의 신체의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학습권과 학원장의 영업권 등을 침해한다”며 집행정지 및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패스’ 정책이 “청소년의 신체의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학습권과 학원장의 영업권 등을 침해한다”며 집행정지 및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뉴시스]

“정부는 어른들에게 옮겨서 중증 질환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어른들을 위해서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송경선씨는 17일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우리동네 신경외과)에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한 반대의견을 올렸다. 소아·청소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0시까지 누적 확진자 55만명 가운데 19세 이하는 17%인 9만3000명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 중 사망자는 3명에 그쳤고, 중증으로 발전한 경우도 50명 선에 불과하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방역 당국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멈추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한 가운데 백신 접종이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접종 완료율이 90%에 달하는 장년·노년층은 “추가접종(부스터샷)을 하겠다”는 분위기인데 반해 40% 수준인 소아·청소년에 대해서는 부모들이 “부작용이 걱정되는데 굳이 맞아야 하나”고 반발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7435명으로 사흘째 7000명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 수는 1000명에 육박하고, 수도권의 중증 병상 가동률도 87%에 달해 1000명 이상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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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학부모단체는 이날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패스 정책은 청소년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해 신체의 자유 및 학습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한 30대 학부모는 “초등학생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코로나 걸려도 별로 아프지 않은데 백신 맞으면 잘못하면 죽는다’는 말을 듣고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장년·노년층은 “아이들만 중요하냐”며 떨떠름한 반응이다. 익명을 요청한 70대 시민 김모씨는 “학교에서 감염된 코로나가 가정을 거쳐 노년층까지 퍼질 수 있다고 들었다”며 “아이들은 크게 아프지 않으니 우리들이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하라는 소리로 들려 야속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 치명률은 20대 이하 0.01%인데 반해 70대는 3.63%, 80세 이상은 12.61%에 달한다. 코로나에 걸렸을때 죽을 확률이 최고 1000배 이상 차이가 나니 체감하는 위험도가 세대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방역 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확진 청소년의 약 17%가 의료기관에 입원해 있고, 위중증환자 14명(12월 16일 기준)은 모두 백신 미접종자다. 코로나에 걸려도 모두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달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아·청소년 확진자 비중도 높아졌다. 이달 둘째 주(5~11일)에는 0~9세는 하루 평균 10만명 당 15.5명, 10~19세는 13.4명의 환자가 나왔다. 8~10명인 성인(20~59세)을 넘어서 60~69세(18.2명), 70~79세(14.8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12~17세 미접종군의 발병률이 접종완료군에 비해 25배 높았고, 접종을 통한 감염예방 효과도 96.1%로 나타났다”며 “청소년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월 학교발 집단감염은 68건(1868명) 발생했으나 11월에는 88건(2339명)으로 늘었다. 지난 3일 경기 부천시의 대안학교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의 경우 15일까지 누적 59명이 확진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12세 미만이다. 지난 15일 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이후 학부모·교사를 포함해 14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문제는 정부가 오락가락 방역 정책으로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백신 늑장 도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알레르기, 안면 마비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서두를 필요 없다”며 불안을 부추겼다. 올 2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1호 접종’ 요구가 나오자 한 여당 의원은 “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인가”라고 반발했다. AZ 백신 접종 대상도 3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바꿨다가 한달만에 원위치했고, 당초 6개월이던 부스터샷 간격도 3개월로 단축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곳곳에서 정부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니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며 “무원칙, 무계획,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현미경으로 보니 백신 안에 괴생명체가 있다’ ‘백신을 맞으면 DNA가 영구히 변형된다’ ‘백신을 맞고 2년 후에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안 맞았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청소년 확진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들 중 위중증 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소아·청소년이 접종하지 않아 타 연령대 위중증 환자가 늘었다는 근거도 없다”며 “지난달까지는 자율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말을 바꿔 청소년 백신패스를 도입하니 당연히 반발이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연령을 불문하고 접종했을 때의 피해보다 이익이 큰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 역시 “학부모들의 반발이 큰 만큼 접종자 데이터가 쌓이는 대로 정보를 제공해서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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