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험상궂은 이민자 도시 오명 벗고 재탄생한 마르세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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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연경의 유럽 자동차여행 (19)  

마르세유는 자유 여행자가 선뜻 가겠다고 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인이 세운 도시고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역사가 오랜 곳이며 규모도 남프랑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고 볼거리 또한 상당한 곳이니만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여행 코스에 넣어보자.

마르세유는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인구의 4분의 1이고 러시아·이탈리아 이민자가 많이 살아 치안이 좋지 않기로 악명이 높아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지만 최근 도시 재생으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

구 항구 부근지역 벨쥬 부두(벨기에 사람의 선창)를 중심으로 한 구시가와 언덕 위에 멋지게 서 있는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성인의 숨결을 간직한 빅토르 성당을 가 본다.

가장 마르세유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구항구를 먼저 가 보자. 만약 항구 앞으로 보이는 이프성 보려면 티켓팅을 먼저하고 주변을 돌아본다.

구항구 주차장

Q-Park Vieux Port / Hôtel de Ville
주소 Place Jules Verne, 13002 Marseille
24시간 영업 / 1시간 2.4유로

이프성 (Château d'If)

이프 성. [사진 연경 제공]

이프 성. [사진 연경 제공]

마르세유 항구에서 3km 정도 거리에 있다(배로 20분, 입장료 6유로). 프랑수아 1세의 명으로 방어 목적으로 지어졌으나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이 높았다. 알렉상드르 뒤마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로 유명하며 소설과 비슷하게 꾸며 놓아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마르세유 시티 패스로 입장 가능하고 섬에 도착해 표를 살 수도 있지만 이프 성을 가려고 한다면 배편 티켓팅을 먼저 해야 한다. 온라인 예약도 가능하지만 날씨에 따라 섬 운행은 중지될 때가 왕왕 있다. 현지 구매가 좋기는 한데 이 매표소는 줄 오래 서기로 이름나 있으니 되도록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섬에 상륙할 수 없어 배에서 내리지 않고 밖에서 돌아보고 옆의 프리올 섬으로 간다.

구항구 (Le Vieux Port)

마르세유 구 항구 주변 여행지도. [사진 연경 제공]

마르세유 구 항구 주변 여행지도. [사진 연경 제공]

지중해 대표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마르세유 구항구를 오늘날에는 요트와 어선들이 점령하고 있다. 이프성 가는 배편도 이곳에서 출발하고 오전에는 생선 시장도 열려 활기차며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아 마르세유 명물 요리 부야베스도 맛보기 좋은 곳이다.

마르세유 구항구 시장과 노만 포스터 작품 L'Ombriere de Norman Foster. [사진 연경 제공]

마르세유 구항구 시장과 노만 포스터 작품 L'Ombriere de Norman Foster. [사진 연경 제공]

거울 천정으로 불리는 노만 포스터 작품이 항구에 있다. 거울 아래 자신의 모습과 항구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비춰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또 폭염의 날씨라면 잠시 그늘 속으로 피신해 볼 수도 있다. 오래된 항구와 하늘에 달린 거울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ㄷ자 모양의 항구를 돌아 시청을 거쳐 바다 쪽으로 가면서 생장요새와 그 옆의 현대식 건물 뮤켐을 볼 수 있다.

생장요새와 뮤켐. [사진 연경 제공]

생장요새와 뮤켐. [사진 연경 제공]

생장 요새(Fort Saint-Jean)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마르세유 도시를 감시하기 위해 지은 요새인데 내란 감시가 목적이라 포문이 바다가 아니라 도시를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르세유 시가지와 노트르담 성당 쪽을 바라보는 뷰가 일품이고 지중해 풍경 또한 여행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시민 휴식공간이기도 한 중세의 생장 요새와 연결된 다리를 건너면, 2013년 마르세유가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지은 현대적인 뮤켐(Mucem·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이 있다. 이 건물은 전시회 입장료만 있어 건물만을 보는 경우 무료다. 전시회는 그때마다 다르므로 살펴보고 시간을 건너 중세에서 현대로 온 만큼 옥상의 테라스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도록 하자.

뮤켐에서 시가지 쪽을 보면 특이한 성당이 눈에 띈다. 프랑스에서 규모가 제일 큰 마조레대성당, 마르세유대성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마르세유 대성당(Cathédrale La Major)

마르세유대성당. [사진 pixabay]

마르세유대성당. [사진 pixabay]

1800년대 건축된 네오 비잔틴 양식의 화려한 성당이고 줄무늬 무늬가 들어가 특이하다.

프랑스에서 만나는 마들렌 이야기

성경에는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기록이 없다. 동방교회는 막달레나는 성모마리아와 사도 요한과 함께 에페소로 갔다고 전하고 있고 서방교회에서는 오빠 라자로와 다른 마리아들과 함께 남프랑스 마르세유에 표류하던 배가 닿았다고 전해진다. 막달레나는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 동굴에서 30년 여를 생 막시맹라생트봄 근처 산에서 은수했다고 전해진다.

마리아들이 표류하다 닿았던 마르세유 근처 마을은 1838년 ‘생트 마리 드 라 메르’ 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다로부터 온 세 마리아들’이라는 뜻이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마리아 클레오파, 마리아 살로메가 그들이다. 이 배에는 마르타와 라자로 아리마태아 요셉도 있었다고도 한다. 1448년 이 도시의 성당에서 야고보 마리아와 살로메 마리아의 유해가 발견되었고 순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매년 마리아들을 기억하는 축제가 열렸고 5월 24일에는 이들의 하녀였다가 성녀가 된 검은 사라를 위한 의식도 거행된다. 마르세유 대성당 제대 천장에 이들의 이름이 드리워져 있다고 하니 눈 여겨 보길 바란다.

이제 마르세유 대성당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가장 마르세유다운 곳으로 불리는 파니에 지구를 만날 수 있다.

파니에 지구 (Le Panier Marseillais)

마르세유 파니에 지구. [사진 Jeanne Menjoulet on flickr]

마르세유 파니에 지구. [사진 Jeanne Menjoulet on flickr]

그라피티가 많아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이곳은 마르세유의 달동네였지만 근래 젊은이들의 거주가 많아지면서 집값도 뛴 동네라고 한다. 이곳과는 반대로 아주 번화한 쇼핑거리 칸비에르 거리(La Canebière)가 있다. 구항구에서 북동쪽으로 일직선으로 쭉 뻗은 마르세유 메인스트리트고 매년 겨울(11월 마지막 주부터 12월 한 달) 상통 시장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중세 지중해 교역으로 상당한 부를 쌓은 마르세유에는 유명 성당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다음에 소개하는 성 빅토르 수도원이다. 마르세유에 짧게 머물면 이곳까지 가기 어렵겠고 일박 이상을 한다면 가 본다.

성 빅토르 수도원(Abbaye Saint-Victor)

항구에서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다. 생장 요새와 마주 보는 곳에 니콜라 요새가 있고 그 옆으로 성 빅토르 수도원이 있다.

성 빅토르 수도원. [사진 Bjs on wikimedia commons]

성 빅토르 수도원. [사진 Bjs on wikimedia commons]

로마 군인으로 마르세유에서 순교한 성 빅토로를 기념하기 위해 5세기부터 지어지기 시작했다는 이 수도원은 지하를 봐야 한다. 중세시대 석관들이 있는 지하 무덤이 대단하다. 지하 무덤은 상당히 복잡해 관심 있는 사람은 홈페이지 방문해 내용을 좀 보고 가는 게 좋다. 성 빅토르의 유해도 지하 무덤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이후 마리아 막달레나는 마르세유 쪽으로 들어와 동굴에서 은수자로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에는 마들렌이라 불리면서 전승된 이야기와 유적, 기념 조각들이 상당히 많은데 빅토르 수도원 지하에도 마들렌에게 바쳐진 제단이 있다. 마들렌이 설교했다는 장소라고 전해진다.

막달라 마리아에게 헌정된 제단이 있는 빅토르 수도원 라자로 예배당. [사진 Robert Valette on wikimedia commons]

막달라 마리아에게 헌정된 제단이 있는 빅토르 수도원 라자로 예배당. [사진 Robert Valette on wikimedia commons]

이제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언덕 위의 성당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사원을 가는 시간이다. 해발 161m에 위치한 이 성당은 1524년 프랑수와 1세가 만들었던 요새에 지은 성당이다. 하단은 로마네스크 양식, 상단은 신 비잔틴 양식으로 거대한 돔과 줄무늬가 화려하다. 건축가 에스페랑디유 설계로 나폴레옹 3세가 1864년 완공했다. 46m 높이 종루에 세워진 금빛 성모 마리아 동상이 마르세유 시가지를 굽어보고 있다. 도금에 무려 9796㎏의 황금이 소요됐다고 한다. 어부의 수호자 성모님으로 배를 타고 가면서도 볼 수 있도록 11m 높이로 크게 만들었다. 구항구 앞에서 일반 버스로도 올 수 있지만 항구에서 꼬마기차를 타고 쉽게 올 수 있고, 자동차 여행자는 바로 앞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으니까 자동차로 올라오면 된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Notre-Dame-De-La-Garde Basilique). [사진 pixabay]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Notre-Dame-De-La-Garde Basilique). [사진 pixabay]

화려한 노트르담 성당 내부. [사진 연경 제공]

화려한 노트르담 성당 내부. [사진 연경 제공]

자동차 여행자는 빅토르수도원과 노트르담 성당을 보고 구항구 쪽으로 가면 좋은 코스가 나오겠다. 마르세유 볼거리는 구항구 주변으로 몰려 있어 구항구 가까운 곳에 숙박하고, 아주 혼잡한 지역이므로 차보단 뚜벅이로 다니는 게 좋다.

연경(19)

연경(19)

마르세유하면 빼먹으면 섭섭한 게 뭐가 있을까. 아주 질 좋은 마르세유 비누가 있겠고 안 매운 해물탕인 부야베스가 있다. 유명 관광지인 만큼 바가지도 상당한 마르세유지만 시절이 좋아지면 여행지 목록에 넣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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