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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은 살아있다”…ATM기에서 보이스피싱범 잡은 50대 경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년을 1년 6개월 앞둔 노장 경찰관이 오랜 수사경찰관 경험을 살려 현금 자동입출금기(ATM)에서 거액을 송금하는 보이스피싱범을 붙잡았다. 주인공은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정찬오(58) 경감.

보이스피싱범ㅇF 잡은 정찬오 경감. [연제경찰서]

보이스피싱범ㅇF 잡은 정찬오 경감. [연제경찰서]

그는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3차 접종(부스터 샷)을 하기 위해 연산동 국민은행 ATM기 앞을 지나다 5만원권을 쌓아놓고 입금하는 2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A씨는 연거푸 호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는 등 송금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ATM기 앞에서 보이스피싱범을 유심히 지켜보는 정찬오 경감. [사진 부산경찰청]

ATM기 앞에서 보이스피싱범을 유심히 지켜보는 정찬오 경감. [사진 부산경찰청]

잠시 지켜본 정 경감은 오랜 수사 경험에서 보이스피싱범임을 직감했다. 이어 “빨리 출동해달라”며 112신고를 하고, 다른 경찰관이 출동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겠다며 ATM기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나도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한다. 왜 많은 돈을 여기서 입금하느냐”며 따져 물었다. 순간 당황한 A씨는 입금을 멈추고 “지인에게 급히 돈을 보낼 일 있다. 급하다”며 정 경감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잠시 자리를 물려받은 정 경감은 A씨를 옆에 세워놓고 돈을 인출하는 척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시간을 끌었다.

출동한 경찰관과 얘기를 나누는 정찬오 경감(왼쪽). [부산경찰청]

출동한 경찰관과 얘기를 나누는 정찬오 경감(왼쪽). [부산경찰청]

채 5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인근 토곡지구대 경찰관과 강력팀 형사 등 3명이 출동했다. 출동 경찰은 A씨 신원과 송금하고 남은 돈 2200만원의 출처를 따져 물었다. A씨는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피해자에게서 2400만원을 전달받아 200만원을 송금하고 남은 돈을 계속 입금하던 중이었다.

범인을 인계한 뒤 코로나 19 예방접종을 마쳤다는 정 경감은 경찰 생활 35년 중 26년을 수사부서에 근무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정년도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정 경감은 “경찰의 촉은 어쩔 수 없나 보다”며 “보이스피싱범을 발견하고 빨리 검거해 거액을 다시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A씨를 조사해 사기 혐의 등으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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