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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까지…"집 사면 오른다" 43% 치솟던 세종이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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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7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 앞에 '임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거래가 끊기면서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7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 앞에 '임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거래가 끊기면서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세종시, 넉 달째 하락…5년 만에 첫 미분양 주택

지난 7일 오전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정문 앞. 부동산 중개업소 8곳 가운데 4곳에 ‘임대’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해운대 아파트는 지금이 제일 싸다"는 말처럼 아파트 매물을 보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던 곳이 인적마저 뚝 끊긴 모양새였다.

엘시티 단지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은 “엘시티 882세대 가운데 매물로 나와 있는 건 3개뿐”이라며 “엘시티뿐 아니라 인근 해운대 고급 아파트조차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엘시티를 비롯해 인근의 고급 아파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달 1억원씩 올랐는데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이 쏟아진 이후 보합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에도 '오름세'였던 지방의 부동산 불패 지역 집값이 주춤하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는가 하면 매매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의 모습. 이은지 기자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의 모습. 이은지 기자

부산, 11월 거래량 91% 급감…오름폭 꺾여

국토교통부 자료 등에 따르면 11월 부산의 아파트 거래량은 1352건으로 지난해(1만5964건)보다 91.5% 줄었다. 최근 3개월간 전체 거래 건수도 지난해 2만9322건에서 올해는 9135건으로 68.8% 감소했다.

아파트 거래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파트 거래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거래가 급감하면서 아파트값 상승 폭도 잦아드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 주 부산 아파트값은 0.11% 상승했지만 0.26%→0.22%→0.16%→0.13%로 매주 오름폭이 꺾이는 모습이다.

매물도 계속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부산의 아파트 매물은  4만2557건으로 두 달 전인 10월(3만825건)보다 11.9% 늘었다.

"사면 오른다"는 말을 나왔던 세종시 아파트값은 최근 다섯 달 연속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 7월 마지막 주부터 20주 연속 떨어졌다. 지난 6일에는 전주보다 아파트값이 0.33% 하락해 내림세 전환 이후 가장 낙폭이 컸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에서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세종시 국회 이전 움직임과 행정수도 이슈가 부각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43.6% 올라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가격 상승률 상위 아파트 단지 10곳 중 8곳이 세종시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 6일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고가의 아파트 매매 게시물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6일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고가의 아파트 매매 게시물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남구도 집값 상승세·거래량 주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세종시의 올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1.33%에 머물렀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파트 거래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분양 주택이 나올 정도로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세종 미분양 주택은 129가구로 조사됐다. 세종에서 미분양 주택이 나온 것은 2016년 5월 이후 처음이다.

‘광주광역시의 강남 1학군’으로 불리는 광주 남구의 아파트 시장 상황도 주춤한 모양새다. 남구 봉선동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마다 10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 매물이 내걸려 있지만, 매매는 뚝 끊겼다.

지난 6일 현재 광주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8% 오른 가운데 지역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남구는 이보다 낮은 0.16% 상승했다. 전통의 강세지역인 남구보다 월곡·신창동 등 대단지 위주인 광산구 상승률이 0.25%의 강세를 보인 점도 달라진 양상이다.

최은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 부지부장은 “봉선동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6명의 투자자가 몰려다녔는데 최근에는 조용한 분위기”라며 “내년에는 평소의 2배에 가까운 1만5000세대의 아파트 공급이 예상돼 상승 폭이 더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대구 수성구, 10월 이후 마이너스 대열 

'아파트 투자 1번지'로 꼽히는 대구 수성구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 10월을 전후해 대구 지역 전체 아파트값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성구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월 첫 주 대구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은 -0.02%로 지난달 초 동구 지역(-0.01%)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시작으로 4주째 내림세다. 수성구 아파트 가격 또한 4주째 가격 둔화(0.01%) 현상이 나타났다.

아파트 거래 건수도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대구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1904건으로 지난해(4283건)보다 60%가량 줄었다. 올해 대구 아파트 전체 거래량도 지난해(5만1395건)보다 크게 줄어든 1만7140건에 머물렀다.

이중 수성구의 월평균 거래량은 221건으로, 지난해(765건)보다 70% 급감했다. 지난 9월 현재 대구의 미분양은 2093가구로, 6개월 전인 지난 3월 미분양(153가구)에 비해 13배가량 늘어났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엘시티.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최근 아파트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이은지 기자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엘시티.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최근 아파트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이은지 기자

"수요는 적은데 값은 오르는 이상한 부동산" 

이런 현상을 놓고 수요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이디 'ga****'를 쓰는 한 네티즌은 지방 아파트 관련 뉴스 댓글에 "수요가 적은데 가격이 올라가는 이상한 부동산"이라고 꼬집었다. 교육 공무원을 은퇴한 60대 대구시민은 "반 토막이 나도 팔 수가 없는 게 요즘 지방 부촌의 아파트다. 도대체 나라에서 부동산 대출은 왜 규제하는 것인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부동산 업계에선 해당 지역들이 정부의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점,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권 대출 제한 규제, 주택 공급물량 증가 등이 아파트값 상승세를 멈추게 한 복합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 부동산사랑 공인중개사 김철주 대표는 “대출 등 부동산시장 규제에 세금 부담, 입주 물량 증가 등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 한 부동산 중개업소 운영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45억 원이 넘는 엘시티를 사려면 최소 30억 원 이상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데다 양도세 또한 시세 차익의 절반 이상이다 보니 구매자뿐 아니라 팔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규제 등 복합적인 배경이 맞물리면서 지방 아파트시장에서의 매수자와 매도자 간 집값 수준에 대한 인식의 폭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한동안 지난해 수준으로의 시장 회복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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