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부 절망할때 "만세!"…1100억 장전한 거물의 며느리 반란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 미디어 거물인 루퍼트 머독의 며느리, 캐서린 머독. [Quadrivium Foundation]

세계적 미디어 거물인 루퍼트 머독의 며느리, 캐서린 머독. [Quadrivium Foundation]

세계 미디어 업계의 거물 루퍼트 머독(90)도 자식은 마음대로 못한다. 차남 부부 제임스 머독과 며느리 캐서린 얘기다. 루퍼트 머독은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서 700가지가 넘는 미디어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뉴스코퍼레이션의 대표로, 보수 성향이 뚜렷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자다. 이런 머독 집안에 시집온 캐서린은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패배했을 때 이런 트윗을 올렸다. “만세, 우리가 해냈다!”

캐서린의 트위터 공식 계정 자기 소개는 이렇다. “급진적 중도주의자, 고집스러운 낙천주의자, 민주주의를 사랑하며, (세 아이의) 엄마.” 제임스와 캐서린 머독 부부는 바이든 캠프에 61만5000달러(약 7억2800만원)의 후원금을 내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지 만1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캐서린 머독은 정치 개혁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일 차비를 마쳤다. 남편과 함께 새운 재단 쿼드리비움(Quadrivium)의 회장 자격으로서다. 현금 실탄도 넉넉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게재한 캐서린과의 인터뷰 제목을 “캐서린 머독에겐 미국 정치를 뜯어고칠 계획(그리고 1억 달러)이 있다”고 달았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재단 사무실에서 FT 기자를 맞은 캐서린은 “내가 하는 행동 때문에 남편이 종종 곤란을 겪곤 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시아버지와 정반대인 정치 성향 때문에 자신이 화제가 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남편인 제임스가 부인 때문에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제임스 본인도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아예 뉴스코퍼레이션의 이사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쿼드리비움 재단의 회장은 캐서린이지만 남편 제임스도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홈페이지엔 둘의 사진이 나란히 뜬다. 둘은 1972년생 동갑내기다.

루퍼트 머독(가운데)와 맏아들 래클랜(왼쪽), 둘째 아들 제임스(오른쪽). [중앙포토]

루퍼트 머독(가운데)와 맏아들 래클랜(왼쪽), 둘째 아들 제임스(오른쪽). [중앙포토]

캐서린 머독이 FT에 밝힌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양극화된 미국 정치를 개혁하고 중도층을 복원하는 것, 기후변화 위기의 해결책을 찾는 것, 그리고 가짜뉴스 타파다. FT는 미국 정치 회복이라는 그의 목표를 두고 “많은 이들이 시도는 했지만 희망이 없다고 포기했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겸 대선 후보 역시 거금을 쏟았으나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캐서린은 자신의 재단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정치를 변화시킨다면 기후변화 위기 역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치 시스템은 지금 무너졌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 밖에서 유의미한 해결책이 논의가 나와도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정치 개혁이야말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복원할 수 있는 완벽한 목표이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머독의 재단 홈페이지. '민주주의의 복원'을 주요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Quadrivium Foundation]

캐서린 머독의 재단 홈페이지. '민주주의의 복원'을 주요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Quadrivium Foundation]

캐서린은 재단을 출범시키면서 이름을 “쿼드리비움”이라고 지었다. 중세 시대 고등교육 기관에서 4가지 기본 교양으로 삼았던 수학ㆍ음악ㆍ기하ㆍ천문학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4가지 분야가 지식의 기본 대들보가 되듯, 자신의 재단은 미국 정치와 언론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 싶은 의미를 담았다.

캐서린은 자신의 정치 개혁에 있어서 확고한 원칙이 있다고 했다. “어느 특정 정당만을 지지하지 않는 완벽한 의미에서의 초당파”여야 한다는 것이다. 캐서린 본인은 2000년 제임스와 결혼한 뒤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를 위해 일한 적이 있고 바이든을 공개 지지했지만, 중도의 복원이야말로 건강한 정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영국에서 벌어진 기후변화 대응 촉구 관련 시위에서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기후변화 5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1월 영국에서 벌어진 기후변화 대응 촉구 관련 시위에서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기후변화 5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재단은 1억달러의 재원도 이미 마련했다. 홍보 분야 임원으로 일했던 캐서린과, 제임스 머독이 사업을 통해 마련한 자산을 쏟아부었다. 캐서린은 FT에 “지금 산적해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한다”며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돈을 안 쓰고 모아두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아버지와 둘째며느리가 척을 진 원수 사이는 아니다. 시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캐서린은 “루퍼트에 대해 많이들 (안 좋은 방향으로) 오해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하지만 그분이 실제로 (그렇게 보일만한) 일들을 많이 한 건 사실이고, 내가 손쓸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시아버지는 보수, 며느리는 진보’ 이런 식으로 쉽게 얘기하는 건 조금 아쉽다”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루퍼트보다는 더 진보 성향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재단의 구체적 계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캐서린은 FT에 “우리 재단에선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