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공 보는 공개채용 아냐"
"강사 이상한 사람 됐다" 사과 요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을 해명하며 한 발언의 불똥이 대학 강사들에게 튀었다. 김 씨는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수 지원서 등의 경력사항이 논란에 휩싸였다. 사과의 뜻을 밝히기 전 윤 후보는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라며 “시간강사라는 건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시간강사는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니 가까운 사람 중 대학 관계자가 있으면 물어보시라”고도 했다.
현직 시간강사들에게 물어봤다. 2019년 8월 법이 바뀌며 ‘시간강사’ 명칭은 ‘강사’가 됐다. 전국 대학 강사는 약 4만5000명. 한 지방국립대 강사는 “시간강사를 하려면 최소 학력이 석사 이상인데, 박사과정이거나 박사를 마친 분이 더 많다”며 “최소 3년에서 유학까지 10년가량 학부 외 공부를 하고 강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사를 전공을 보지 않고 추천으로 뽑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학원생끼리 경쟁할뿐더러 학생 교육과 직결된 문제라 전공과 관계없이 뽑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시간강사는 2019년 개정법에 따라 공개채용이 의무화했다. 이걸 모르는 윤 후보가 2007년을 염두에 두고 말한 걸까. 하지만 강사들의 설명은 달랐다. 한 강사는 “2007년에도 연구실적 등을 다 보고 학과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는 분을 뽑았다”며 “법에 있진 않았지만, 학교마다 규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사가 대학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40%나 될 만큼 지금보다 역할이 컸다고 한다.
윤 후보가 겸임교수와 시간강사를 헷갈린 걸까. 윤 후보는 “외부 강사는 위촉하는 것”이라며 “학계에 누가 추천이 있고 하면 그 사람한테 그냥 위촉하는 거고 공개경쟁에 필요한 자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겸임교수라 해도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다른 지방 국립대 강사는 “겸임교수는 현장 실습 등 실기를 맡기 때문에 3년간 현장 경력과 성과가 필요하다. 대학에 따라 위촉하기도, 공채하기도 하지만 위촉도 대학이 필요로 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추천하고 받아줬다면 학교 비리이고, 허위 경력을 낸 게 사실이라면 지원자의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강사의 처우는 열악하다. 총장 허가 등이 없으면 최대 주 6시간 강의할 수 있는데, 4시간이 일반적이다. 국립대는 시간당 9만원을 주는데, 사립대는 5~6만원 선이다. 방학엔 강의가 없어 4주분 임금을 받는다. 국립대 강사 연봉이 대개 1700만~1800만원 선이고, 사립대는 이보다 낮다. 강사들은 윤 후보의 발언에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연구하고 가르치는 게 좋아 부업하는 분도 많은데, 대선 후보가 사실 확인도 없이 강사들을 통째로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강사들에게 속히 사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윤 후보가 ‘관행’을 언급한 점이다. 윤 후보는 “현실을 잘 보고 관행이라든가, 이런 것에 비춰 어떤 건지 물어보고 하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추천받아 겸임교수가 된 게 관행이면 괜찮다는 사고는 국민의 잣대와 동떨어져 있다. 한 강사는 “2007년 대학과 지금 대학이 다른가. 모두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다. 시골 동네에 의사가 없으면 자격 없는 사람이 의사라며 진료해도 되는 건가. 자격 있는 사람이 가르치는 게 상식이고, 편법을 관행이라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조국 사태 때도 '관행'에 비판 쇄도
관행이라는 반응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허위스펙 관련해서도 나온 바 있다. 정경심 교수 측은 “당시 입시제도 요구에 따랐을 뿐 불공정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국 백서』 저자들도 “관행이자 사회문제 탓”이라고 했다. 당시 ‘대입 스펙 품앗이’가 있었지만 허위가 개입한 일을 관행으로 치부한 태도가 더 큰 공분을 샀다. 더욱이 일반인은 권력자나 특정 계층만 공유하는 관행을 특혜로 받아들인다. 그 수사를 지휘한 윤 후보가 관행 운운하니 ‘내로남불’ 비판이 커진다.
이재명 아들도 처벌 여부 가려야
가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문제도 드러났다.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는 보도에 이 후보는 인정하고 사과했다.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두 후보의 가족 의혹에 “대체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는 한탄이 나온다. 문제가 불거지면 사과하고 넘어가면 된다는 게 정치권의 관행인가.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면 의혹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윤 후보는 부인 의혹 검증에 성실히 임하고, 이 후보는 자신이 밝힌 대로 아들이 형사처벌 대상인지 서둘러 판단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