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양현종, 언제까지 에이스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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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양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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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33)은 홀대받는 걸까. 구단이 야박한 걸까.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미국에서 돌아온 양현종이 계약에 진통을 겪고 있다.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은 지난 14일 만났다. 이 자리에서 KIA 구단은 양현종에게 보장 금액보다 옵션(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액수가 더 큰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종은 “섭섭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양현종의 에이전트 최인국 스포스타즈 대표는 “선수가 바란다면 다른 방안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KIA에서만 뛴 양현종이 다른 팀과 협상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작더라도 예상밖의 대응이다.

관건은 나이다. 양현종은 2022년 만 서른네 살이 된다. 기량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에이징 커브’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KIA 입장에서는 옵션이라는 안전장치를 둘 수밖에 없었다. 대신 4년 계약을 양현종에게 제시했다. KBO리그에서 30대 중반을 앞둔 선발 투수에게 4년 계약을 안기는 사례는 드물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10승 이상을 기록한 35세 이상 국내 투수는 백정현(삼성 라이온즈, 만 34세 14승)이 유일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5세 이상의 선발 투수가 4년 이상 계약을 따낸 건 두 번이다. ‘삼성 왕조’ 주역이었던 윤성환(은퇴)이 35세가 되는 2015년을 앞두고 삼성과 4년(80억원)에 계약했다. 이듬해에는 37세가 되는 송승준(은퇴)이 롯데 자이언츠와 4년(40억원) 동안 함께했다.

윤성환은 제구력을 앞세우는 기교파 투수였다. 2015년 17승 8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다. 2016~17시즌도 10승 이상 거뒀다. 반면 정통파 투수인 송승준은 FA 계약 첫 시즌인 2016년 부상과 부진으로 10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이후 3시즌 동안 14승 평균자책점 4.91에 그쳤다.

33세가 되는 2017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65억원) 계약한 우규민은 두 번째 시즌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했다. 2016년 12월 역대 FA 투수 최고액(4년 95억원)에 LG 트윈스와 계약했던 차우찬도 35세가 된 2021년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5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선발 투수에게 34~35세가 최대 고비인 건 틀림없다.

양현종은 KBO리그에서 뛴 2020년 평균자책점 4.70에 그쳤다. 150이닝 이상 소화한 커리어 9시즌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2021년은 미국에서 뛰었지만, 기량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KIA는 4년 계약을 제안하면서 오랫동안 에이스로 활약한 양현종을 예우했다고 생각한다. 계약 총액도 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옵션이 많은 건 그의 나이를 고려한 것이지만, 양현종은 구단이 자신의 기량을 믿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평행선이 만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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