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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도박vs부인 이력…"뭘 검증해야하나" 참담한 '비호감 대선' [vie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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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래 비전을 놓고 겨루는 거대 담론장이어야 할 대선판이 후보들의 가족 문제로 뒤틀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불붙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아들의 도박 의혹이 더해졌다. 두 후보 본인부터 대장동 비리와 고발사주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회자되는 상황에서다. 연이은 잡음에 피로감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부터)

이 후보는 장남 이모(29)씨의 상습도박 의혹이 불거진 16일 하루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사과’를 했다. 오전 8시51분 배포한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선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아들 도박 의혹이 이날 한 신문에 보도된 지 몇 시간 만의 메시지였다. 이 후보는 40분쯤 뒤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치고 나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고, 이후 인터넷 언론사 합동 인터뷰에서도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신속한 공개 사과가 선거 전략상 낫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부인의 가짜이력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07년 수원여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에 허위경력 의혹이 제기된 터다. 윤 후보가 이날 대한의협 간담회 후 취재진으로부터 받은 질문 대부분이 김씨 관련 사안이었다. 윤 후보는 “저나 제 처는 국민께서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흡한 점에 대해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김씨의 가짜이력 의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때 검찰이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것과 엮이면서 ‘윤석열표 공정’에 물음표를 새기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처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다. 겉으론 몸을 낮추고 사태 수습을 시도하면서 상대 후보를 겨냥해선 사과의 진정성을 문제 삼으며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거대 양당의 후보는 물론 가족의 과거 행적들이 도마에 오른 초유의 대선. 정의당에선 “양당 후보와 가족들의 범법행위로만 도배되고 있는 콩가루 대선”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양쪽 다 쟁점화된 가족 문제가 구체적이고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디까지 검증하고 평가해야 하는 것인지 대단히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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