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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나 살래" 보복소비 폭발…'매출 1조' 백화점 5곳→10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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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 외관 전경. [사진 갤러리아백화점]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 외관 전경. [사진 갤러리아백화점]

30대 직장인 황모씨는 연말에 친구와 미국 여행을 가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에 계획을 접었다. 대신 오래전부터 찜해둔 해외명품 가방을 백화점에 가서 살 예정이다. 황씨는 “2년 가까이 해외여행도 못 가고 답답한데, 나를 위해 뭐라도 사야지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황씨 같은 보상 심리로 백화점을 찾아 ‘보복 소비’를 하는 이가 늘면서 올해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점포가 지난해보다 배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이 지난 15일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고 16일 밝혔다. 1990년 개관(한양쇼핑 미포함) 이후 31년 만이다.

‘1조 클럽’ 백화점 올해 10곳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올해 연 매출 1조 원을 넘긴 점포는 지난해 5곳에서 올해 10곳으로 1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탑5 백화점은 신세계 강남점(2조원대), 롯데 본점과 잠실점(각각 1조4000억원대), 신세계 센텀시티점(1조2000억원대), 현대 판교점(1조원대) 이다.

탑5 백화점은 올해도 하반기 들어 매출이 1조 원을 넘었다. 여기에 신세계 대구점이 지난달 연 매출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고, 이달 들어 현대 무역센터점과 본점, 롯데 부산본점, 갤러리아 명품관이 잇따라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들 백화점은 지난해에는 7000억~9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1조 원을 넘겼다.

백화점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가 백화점으로 향하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는 외출이 크게 줄며 백화점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그렇지만 2년차 접어든 올해 들어선 매출이 회복됐다. 특히 보복 소비로 인한 해외 명품 매출이 대폭 늘며 백화점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고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설이 제기되며 다시 한 번 ‘오픈 런’이 재연됐다. [뉴스1]

지난달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고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설이 제기되며 다시 한 번 ‘오픈 런’이 재연됐다.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은 지난 2월엔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고, 3월엔 77%까지 증가했다. 9, 10월에도 각각 24%, 21% 늘었다. 백화점 상품군별로 보면 잡화와 남녀 패션 등은 매출 신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해외 명품은 전체 매출 신장률보다 더 높다.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매출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매출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보복 소비에 해외명품 매출 급증  

올해 ‘1조 클럽’에 가입한 점포 관계자들도 “해외 명품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아 명품관과 현대 압구정본점은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 등에 비하면 점포 규모가 절반가량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경우 연간 2000만 원 이상 쓰는 우수(VIP) 고객 매출이 전년 대비 49% 늘었다. VIP 고객 매출이 올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강신호 명품관 사업장장(場長)은 “기존 여성 위주 명품 외에 남성 명품과 보석·시계 상품군을 타 백화점보다 선제적으로 강화한 게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 압구정본점도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에르메스 복층 매장과 대형 롤렉스 매장을 열었다. MZ세대를 겨냥해 지하 2층 영캐주얼 패션관을 재단장한 결과, 올해 VIP와 2030 고객 매출이 각각 31%, 32%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루이비통 남성매장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루이비통 남성매장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백화점의 명품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백화점 수장 면면도 주로 해외 패션·명품 부문에서 활약한 인물이 새로 포진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 신임 대표를 선임했고, 신세계는 손영식 백화점 신임 대표를 불러들였다. 연임에 성공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도 상품본부장을 비롯해 한섬 대표이사를 지냈다. 각기 해외 명품 차별화와 점포 재단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코로나19가 주춤해 해외여행이 늘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변이 오미크론이 발생해 다시 보복 소비가 거세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도 매출이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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