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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北 주민 10명 중 넷, 영양 결핍”…아프간보다 심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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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10월 19일 소개한 황해남도 안악군 대추협동농장의 가을걷이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10월 19일 소개한 황해남도 안악군 대추협동농장의 가을걷이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미국의소리(VOA)가 국제기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1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식량안보와 영양' 공동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의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이 42.2%에 달해 아·태 지역 3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 가운데 1090만 명이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지난 2000년과 2002년 사이 820만 명과 비교하면 27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이어서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는 아프가니스탄(25.5%), 파푸아뉴기니(24.6%), 동티모르(22.6%) 등이다.

북한의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은 식량 부족으로 아사자가 대거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1990년 중·후반)'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과 남북관계 개선 등의 영향으로 2000년대 들어 30%대로 다소 줄었다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42.6%로 증가한 후 지금까지 42%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지난 8월 공개한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지역 농경지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지난 8월 공개한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지역 농경지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남북 어린이들의 '체형분단(신체 발육 격차)'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5세 미만 아동 가운데 18.2%가 발육 부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8.9%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한국(2%)을 비롯한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잇따른 자연재해로 북한 내 곡물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북·중 국경 봉쇄로 영·유아용 영양식 등의 비축 물자 반입까지 급감하면서 아동 영양 공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유니세프는 지난 5월 발표한 '2021 아동 영양실조 추정치' 보고서에 "영양 결핍으로 인한 발육 부진은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다"며 "키가 자라지 못하는 것은 물론 두뇌발달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의 5세 미만 아동의 소모성 질환 발병률은 2.5%로 전 세계 평균 6.7%보다는 낮은 비율을 보였다. 아동 비만 비율도 1.9%로 전체 아태지역에서 38개국 중 네 번째로 낮게 나타났다.

한편 FAO와 유니세프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아·태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역내 식량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태 지역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줄어들었던 영양 결핍 비율이 2019년과 2020년 사이에는 17%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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