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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주고 산 반지 알고보니, 다이아·루비 박힌 '희귀 유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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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골동품 감정 프로그램 '앤틱 로드쇼'에서 2000파운드 가치가 있다는 감정을 받은 '무굴제국 다이아몬드 반지'. 반지 몸통은 옐로골드로 돼 있으며, 석영인줄 알았던 장식물은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밝혀졌다. [BBC 캡처]

BBC 골동품 감정 프로그램 '앤틱 로드쇼'에서 2000파운드 가치가 있다는 감정을 받은 '무굴제국 다이아몬드 반지'. 반지 몸통은 옐로골드로 돼 있으며, 석영인줄 알았던 장식물은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밝혀졌다. [BBC 캡처]

장난감인 줄 알았던 1500원짜리 반지가, 사실은 약 200년 전에 만들어진 희귀한 골동품이라면? 한 영국 여성이 중고매장에서 구매했던 반지가 인도에서 만들어진 골동품으로 밝혀지면서, 식민시대 문화재 강탈 논란으로 번졌다.

16일 마이런던 등에 따르면 나흘 전 BBC에서 방송된 '앤틱 로드쇼'는 한 여성이 중고매장에서 1파운드(약 1500원)를 주고 샀던 반지에 2000파운드(약 310만원)의 가치가 있는 골동품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이 프로그램은 골동품의 가치를 감정하는 '영국판 진품명품'이다.

감정 의뢰인은 과거 중고물품을 파는 자선매장에서 이 반지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조 장신구라고 생각해 구매하게 됐다. 별다른 표식은 없었다"며 "예쁜 석영이 박힌 멋진 반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BBC 캡처]

[BBC 캡처]

하지만 전문가 조사결과 의뢰인이 '석영'이라고 생각했던 건 다이아몬드였다. 감정 전문가 존 벤저민은 "회색 얼룩무늬 다이아몬드"라며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아주 희귀한 가치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이아몬드를 감싸고 있던 8개의 '진빨강 조각'도 루비였던 것이 드러났다.

벤저민은 반지 뒷면의 햇빛이 방사형으로 펼쳐진 문양에 대해 "1790~180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 같다"며 금색 부분은 실제 22캐럿의 옐로골드(금에 은·구리를 혼합)라고 밝혔다. 의뢰인은 반지엔 함량을 표시하는 각인도 없다며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벤저민은 "옐로골드로 된 반지 몸통이 인도에서 만들어져 각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16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인도지역을 통치했던 무굴제국이 쇠퇴한 뒤 영국이 이곳을 식민지화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이 반지가 바다를 건너왔을 것으로 봤다. 타지마할 인근에서 발견돼 200년 뒤 영국의 중고매장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라고 추측했다.

英식민지시대 '인도 문화재' 강탈 논란 번져 

영국의 한 시민이 중고매장에서 구한 반지가 사실은 '무굴제국의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라인에선 식민지시대 문화재 강탈 논란으로 번졌다.

한 네티즌은 "인도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제 주변에선 이런 물건을 볼 수도 없다. 인도역사 상당 부분이 영국인에 의해 쓰이고 해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문화유산에 대한 영국 정부의 입장자료 같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인도인이 영국으로 건너와 판매했을 수도 있는데 맥락을 모른 채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BBC는 "앤틱 로드쇼는 의뢰인이 가져온 골동품의 역사적 맥락을 탐구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반지의 경우 프로그램에서 설명했듯이 중고매장에서 발견됐으며, 영국에 건너온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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