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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소프트웨어 인력난 비상, 흔들리는 IT생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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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성열 건국대 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교수

김성열 건국대 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교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날개를 달아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기업들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SW)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 차원의 SW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채용 시장에서 SW 인력 수요는 넘치지만, 전문 인력 양성은 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질적인 측면의 수급 불균형은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 SW 인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대학과 기업의 인력 양성 노력이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플랫폼 업계, 인력 영입 출혈경쟁
기업·대학이 인재육성 풀 키워야

최근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일부 기업 간에 지나치게 공격적인 SW 인력 채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 기업 및 다른 업종에서 우수 SW 인력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이로 인해 국가 전체적으로 SW 인력 부족 현상은 더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로 불리는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 인력이 쏠리는 ‘동맥경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 생태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의 삶을 바꾸고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골목상권까지 문어발 식으로 확장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런 현상은 예사롭지 않다. 절대 부족한 SW 인력이 내수 경쟁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가 SW 인력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의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심지어 대기업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희소한 자원인 SW 인력이 집중된 온라인 플랫폼 업계의 활동 무대가 골목상권, 내수 시장에 머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거꾸로 해외 IT기업들에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업과 개인의 선택 자유’라고만 치부하고 넘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칫 반도체 등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상황으로 간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정된 우수 SW 인재에 대한 ‘제로섬 게임’ 양상의 출혈 경쟁을 피하고 이해 당사자 모두가 실리를 챙기는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청년 SW 아카데미(SSAFY) 같은 일자리 창출형 프로그램을 주목할 만하다. 기업이 필요한 SW 인력 육성을 넘어 국가와 산업 차원에서 SW 인력 양성 방안을 만들었고, 기업이 필요한 수준의 역량을 갖춘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아카데미 수료생의 취업률은 70%를 넘었다. 포스코의 ‘AI·빅데이터 아카데미’와 SK의 ‘SUNNY’도 비슷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지금 벌어지는 SW 인력 부족 사태를 해소하긴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적 차원에서 우수 SW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더 항구적인 포지티브섬 게임 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온라인 플랫폼 기업 등 국내 SW 인력의 최대 수요처들이 제한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 전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이 대학과 함께 통합적 SW 인력 육성 모델을 강구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수 SW 인재 풀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대전환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위에서 언급한 삼성전자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다른 기업도 앞장서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적인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최상위급 SW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기획·실행하고 활용 방안을 강구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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