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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꿈 생겼다, 휠체어농구 윤석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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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시청 휠체어농구 센터 윤석훈. 정시종 기자

서울시청 휠체어농구 센터 윤석훈. 정시종 기자

“친구들이 부럽다고 해요. ‘넌 길이 정해졌다’면서요.”

휠체어농구가 스무 살 청년에게 꿈을 선물했다. 서울시청 센터 윤석훈(20)의 이야기다. 서울시청은 지난달 말 끝난 2021 휠체어농구리그 정규시즌에서 우승했다. 오프시즌 기간 전력 유출이 있었지만, 새 얼굴들이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윤석훈도 그중 하나다. 올해 농구를 시작한 윤석훈은 지난 7월 서울시청에 입단했다. 성장세가 가팔랐다. 12경기에서 경기당 17분을 뛰면서 3.6점, 3.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윤석훈은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좋은 성적이 나왔다. 팀에도 기여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다. 윤석훈은 ‘하고 싶은 게 없는’ 청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식당에서 일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지만, 선수가 되진 못했다. 클럽 체육을 통해 축구와 농구를 즐기는 수준이었다. 윤석훈은 “포지션 개념도 없고, 동아리에서 그냥 좀 하는 정도였죠. 경제적인 문제가 있어서 선수가 될 생각은 못했어요”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다 입은 사고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회전교차로에서 코너를 돌다가 넘어졌다. 불꽃이 튀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른다리가 꺾여 있었다. 그는 “기억에서 없애고 싶은지 (사고 순간이) 잘 생각나진 않아요. 오른 무릎이 반대로 접혔는데,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라고 떠올렸다.

의료진은 다리 절단을 권고했다. 괴로웠지만 현실을 빠르게 인정했다. 윤석훈은 “1~2주 정도 힘들었죠. ‘앞으로 뭐 하고 살까’ 고민했어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죠. 퇴원한 다음 날 바로 놀러 갔어요. 하하하”라며 웃었다.

서울시청 휠체어농구팀 센터 윤석훈(오른쪽 둘째)이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서울시청 휠체어농구팀 센터 윤석훈(오른쪽 둘째)이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이 불었다. 그래서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우연히 서울시장애인체육회를 찾았다가 농구를 추천받았다.

휠체어농구는 엘리트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다. 협동심, 투쟁심, 개인기까지 삼박자를 갖춰야 하는, 어려운 종목이다. 선수층도 얇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모두 30·40대였다. 소속팀 플레잉코치 강희준(45)은 윤석훈 어머니와 동갑이다.

농구 관계자들은 키(1m82㎝)가 크고, 팔(양팔 길이 1m95㎝)도 긴 윤석훈을 반겼다. 그는 “처음에는 힘들 줄 알았죠. 팀 동료 (양)동길이 형도 저처럼 무릎 아래를 절단했는데 형이 ‘나도 하니까 너도 할 수 있다’고 많이 격려해줬어요. 덕분에 이겨냈죠”라고 했다.

윤석훈은 굳은살이 생긴 손바닥을 보여줬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말해주는 듯했다.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쌓았고, 희망을 키웠다.

“챔프전(17~19일)에서 우승해야죠. 다음은 국가대표가 돼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휠체어농구를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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