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만의 폭염, 100년 만의 폭우…시베리아 불타고 유럽이 잠겼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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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해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7월 27일 러시아의 시베리아의 숲이 산불로 불탄 모습. [AP=연합뉴스,]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해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7월 27일 러시아의 시베리아의 숲이 산불로 불탄 모습. [AP=연합뉴스,]

“그린란드 빙상에서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습니다. 깊은 바다에서부터 산꼭대기까지 전 세계가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2021년 ‘기후 현황 보고서’에 실린 안토니우 구테흐스(72) 유엔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그의 경고처럼 2021년 기후 재앙은 오지인 히말라야부터 번화한 대도시까지 전 지구에 걸쳐 발생했다.

지난 2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선 갑자기 홍수가 발생해 최소 83명이 숨지고 121명이 실종됐다. 홍수의 원인은 따뜻해진 날씨로 인한 ‘빙하 붕괴’였다. 세라 다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부교수는 AP통신에 “세계 대부분의 빙하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극적인 수준으로 녹으면서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11일 토네이도가 강타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 [AFP=연합뉴스]

지난 12월 11일 토네이도가 강타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 [AFP=연합뉴스]

반면에 평소 온화했던 미국 남부 텍사스에선 지난 2월 낮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30년 만의 한파를 겪었다. 6월에는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이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에 펼쳐지며 폭염이 이어졌다.

당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사 러포인트 수석 검시관은 “일주일간 719명이 숨졌다”며 “통상 사망자의 세 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주의 리턴 마을은 6월 29일 49.6도를 기록하며 캐나다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지난 2월 미 텍사스주를 강타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정전 피해를 본 주민이 주방에서 언 발을 녹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미 텍사스주를 강타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정전 피해를 본 주민이 주방에서 언 발을 녹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환경부의 선임 기후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염의 이른 시기와 강도, 지속성을 볼 때 기후변화를 부르는 지구온난화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며 “폭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간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열돔은 미국 서남부까지 진출하며 7월 9일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온이 54.4도까지 올라갔다. 이는 사흘 뒤 발생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캘리포니아주에선 가장 강력했던 산불 ‘딕시’의 실마리가 됐다. 소방력의 총동원에도 잡히지 않던 딕시 산불은 발화 후 3개월이 지난 10월 25일에야 완전히 잡혔다.

지난 6월 27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주민들이 냉방 쉼터에서 폭염을 피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일주일간 719명이 숨졌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주민들이 냉방 쉼터에서 폭염을 피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일주일간 719명이 숨졌다. [AP=연합뉴스]

미국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폭염에 의한 산불 피해가 보고됐다. 그리스는 1987년 이래 34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러시아 시베리아는 150년 만에 최고 폭염 피해를 받으며 ‘동토가 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온과 건조함에 시달렸다. 이상고온은 산불로 이어져 시베리아 숲이 불타기도 했다.

지난여름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선 ‘100년 만의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최소 240명이 사망했다.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바다에 연단을 세워놓고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바다에 연단을 세워놓고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구온난화는 인간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10월 11일 기후 관련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인구의 85%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고통을 겪고 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12월에도 환경 재앙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중부를 강타한 겨울 토네이도는 이미 88명의 희생자를 냈고,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현지에선 사망자의 수가 100명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원인으로도 급격히 따뜻해진 기온이 꼽힌다. 빅터 겐시니 노던일리노이대 대기과학 교수는 “겨울철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습도로 인해 극단적 이상 기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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