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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샤론 최 초청특강 개최 "유연함으로 문화를 통역하기"

중앙선데이

입력

한국외대, 샤론 최 초청특강 개최

한국외대, 샤론 최 초청특강 개최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총장 김인철) 동유럽학대학(학장 박수영)은 2020년 아카데미 레이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으로 이름을 빛낸 샤론 최(최성재)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동유럽학대학에 소속된 폴란드어과, 루마니아어과, 체코·슬로바키아어과, 헝가리어과, 세르비아·크로아이타어과, 우크라이나어과는 모두 국내 하나뿐인 유일 전공학과로서 지난 30여 년간 한국에서 중·동부유럽과 발칸지역의 어문학 및 역사, 문화에 관한 학문적 전통과 토대를 세우고, 후학을 양성하는데 앞장서 왔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밀려드는 인터뷰나 강연 요청을 정중히 거절해왔던 샤론 최가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외대의 강단에 서게 된 배경에는 한국외대 부설 용인외국어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샤론 최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영화이론과를 졸업하고,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 중인 영화인이면서 동시에 ‘언어 컨설턴트(language consultant)’로서 우리 영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통역을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한 공로로 2020년 서울국제포럼이 수여하는 제12회 영상외교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지난 12월 9일(목),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국제세미나실에서 열린 강연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참여는 최소화하고, 온라인 실시간 송출을 통해 통역 및 번역, 그리고 영화 및 문화 등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강연 당일 오전에도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해외홍보 인터뷰를 통역하고 왔다는 샤론 최는 “유연함으로 문화를 통역하기”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온·오프라인으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대학생들 앞에서는 최초로 연단에 오른 샤론 최는 두 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전문적인 통역 훈련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통역사로서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 낼 수 있었던 비결, 자막영화를 꺼리는 미국 시장에서 〈기생충〉을 어필하기 위해 현지 영화인들과 끊임없이 어울리며 동료 의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던 일화, 긴장감 넘치는 시상식 현장의 이모저모,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영화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순간들, 봉준호 감독과의 남다른 호흡, 현재 집필 중인 장편영화 시나리오의 주제에 이르기까지 유익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쉴 틈 없이 들려주었다.

200일 동안 진행된 아카데미 캠페인에서 언론 인터뷰만 600회, 관객과의 대담 100회, 비공식 행사까지 합하면 거의 1,000회에 걸쳐 통역에 투입되었다는 샤론 최는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인 영화에 관한 일이었기에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행복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면서, 통역 또한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통역사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발화자의 말투나 표정을 읽어가며 감정이나 의도, 뉘앙스 등을 한발 앞서 감지하는 유연성을 꼽으면서, 참여하는 행사의 성격이나 현장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자세를 강조하였다.

강연 말미, 샤론 최는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의사소통 행위는 결국엔 번역이자 통역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언어를 전공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혀 온·오프라인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강연회에 참석한 헝가리어과 1학년 박선우 학생은 “이번 특강을 통해 통역이란 단순히 말을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언어를 초월하여 문화와 감정의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폴란드어과 2학년 황서율 학생은 “통역을 맡은 뒤,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탐구하며 치열하게 사전 준비를 했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기생충〉 관련 해외 리뷰를 일일이 찾아보며 매일 새로운 표현을 배우고 익혔다는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샤론 최처럼 기회가 찾아왔을 때 물러서지 않고,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 조효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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