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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직장 파열될만큼 때려 숨지게한 계모, 신상공개 어렵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0일 서울 강동구에서 3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의붓어머니 이모(33)씨의 신상정보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높지만, 수사당국이 이씨의 혐의로 적용한 아동학대 살해죄가 신상공개 대상 범죄에서 빠져 있어서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모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모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살 아이 직장 파열한 범죄자도 신상공개 불가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이씨를 아동학대 살해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의붓아들을) 훈육 목적으로 체벌했던 적이 있다. 사망 과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부검 구두소견에서 직장(대장) 파열 등 외상은 강한 가격이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 보호 대상자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의 신상이 14일 공개되면서 다른 강력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이씨의 신상공개는 현행법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범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살인, 강간상해 등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한해서만 수사당국이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올초 ‘양천구 아동학대 살인사건’(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신설된 아동학대 살해죄는 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경찰이 이씨의 학대 혐의를 확인하고도 신상공개를 할 수 없는 이유다.

'정인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열린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 박현주 기자

'정인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열린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 박현주 기자

관련법은 국회에서 계류

지난 6월엔 대전에서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양모(29)씨가 아동학대 살해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양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청와대는 “현재 가해자가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범죄자의 신상공개 여부는 법원의 결정 사항이기에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동학대 살해죄가 특정강력범죄법에서 빠져 있어 신상공개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국회에선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상공개 대상 강력범죄에 포함하는 법안이 지난 9월 발의됐으나, 올해 안에 통과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9일 열린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후 20개월 된 딸을 학대하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를 받는 양모(29)씨가 대전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20개월 된 딸을 학대하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를 받는 양모(29)씨가 대전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범 신상공개는 경고 메시지”

전문가들은 살인 등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아동학대 살해범의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장 취약한 존재인 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아동학대 살해보다 심각한 범죄는 없다. 이런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서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동학대가 가족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상공개 이후 피해 아동뿐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경우 아이들에 대한 양육과 보호는 국가가 책임질 영역이다. 적극적인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 아동의 신상털이 등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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