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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아파트 분양원가 첫 공개...고덕강일 4단지 '평당 1585만원'

중앙일보

입력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주택 시장의 거품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헌동 SH 사장이 약속했던 정책이다.

건설비, 택지비, 분양수익 전부 밝힌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뉴시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뉴시스

서울시와 SH는 15일 고덕강일4단지를 시작으로 사업 정산이 마무리된 최근 10년치 건설단지 34곳의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고 밝혔다. 공개는 서울시와 SH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분양원가 공개항목은 건설원가(61개 항목)와 택지조성원가(10개 항목)이다. 서울시는 “택지조성원가는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필수 공개 항목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은 용지비, 용지부담금, 조성비, 기반시설설치비, 이주대책비, 직접인건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자본비용과 기타 비용이다.

분양원가와 71개 항목에 더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설계 및 도급 내역서도 함께 공개한다. 관련 상세 근거와 객관적 지표가 담긴 원자료까지 함께 공개한다는 취지다. 취득한 분양수익에 대한 사용계획도 함께 공개해 이익 환원 과정도 밝힌다.

고덕강일4단지 분양원가 평당 '1585만원'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날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준공 정산이 완료된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총 분양원가는 1765억800만원, 택지조성원가는 ㎡당 271만7119원, 건설원가는 ㎡당 208만6640원이다. 이를 토대로 3.3㎡ 당 분양원가를 계산하면 약 1585만이 나온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는 3.3㎡ 당 평균 1870만원 선으로, 분양가와 분양원가는 약 285만원 차이가 난다. 해당 단지는 분양 당시 주변 시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에 따른 분양수익은 980억5300만원으로, 고덕강일4단지 임대주택 건설비(260억1100만원),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 발생 분(475억4500만원), 2019년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244억9700만원) 등에 사용됐다.

서울시는 이미 준공돼 사업정산을 완료한 28개 단지(5개 지구: 마곡지구, 내곡지구, 세곡2지구, 오금지구, 항동지구)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에, 준공과 정산을 앞두고 있는 5개 단지(마곡지구 9단지, 고덕강일지구 8·14단지, 위례신도시 A1-5BL·A1-12BL)는 각 단지별로 검증 절차를 거쳐 하반기 중 분양원가 공개를 각각 마친다는 계획이다.

"오픈은 의미, 집값 영향은 '글쎄'"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을 낮추기 위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같은 주장을 펴온 김헌동 SH 사장을 임명하면서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서울시는 “아파트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낱낱이 공개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SH공사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분양원가 구성에 대해서 베일에 싸여있던 부분, 국민들이 궁금해하던 부분이 오픈되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며 “건설사마다 건축비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민간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원가도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원가를 공개해도 푸르지오나 자이 같은 고급 아파트 건설사들은 분양원가에 ‘브랜드값’을 붙여 비싸게 팔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분양원가를 공개함으로써 생겨나는 분쟁과 갈등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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