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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8년간 건설실적 통계 조작 파문…"GDP 부풀렸을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 8년간 건설공사 수주 실적을 이중으로 계상하는 등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 통계의 신뢰성을 크게 저하하는 행위로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 국토교통성 청사. [연합뉴스]

일본 국토교통성 청사. [연합뉴스]

15일 아사히신문이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데 따르면 국토교통성이 매월 집계해 공표하는 건설공사 수주 실적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연간 1만여 건 정도씩 이중으로 합산되는 등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통계의 정식 명칭은 '건설공사수주동태통계'다. 일본 전국 약 1만2000개 건설업체가 매달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수주 실적을 국토교통성이 취합해 작성한다.

통계 조작은 건설업체가 제출 기한을 넘겨 수개월 치 실적을 한꺼번에 지자체에 제출할 때 발생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6~8월간의 실적을 한 번에 제출하면 지자체 담당자가 3개월 치 실적을 8월 한 달간의 실적으로 둔갑시키는 식이다.

이럴 경우 A사의 6월과 7월 실적은 '0'이 되어야 하지만, 해당 월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선 같은 달 실적을 제출한 다른 업체들의 평균치로 계상하는 규칙에 따라 6월과 7월분이 이중으로 계상됐다.

심지어 이런 조작은 국토교통성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국토교통성은 매년 봄 열리는 지자체 통계 담당자 대상 설명회에서 이미지까지 배포하며 이런 조작의 '순서'를 지시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정부가 나서 의도적으로 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일본 한 현(県)의 통계 담당자는 조작에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설업체가 직접 적어준 수주 기록을 지우개로 지우고 연필로 다시 썼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런 8년간의 조작이 일본의 통계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고, 국내총생산(GDP)도 끌어올렸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통계를 통해 계산된 지난해 일본 업체들의 건설수주실적은 총 79조5988억엔(약 830조원)으로, 이는 GDP 계산에 포함된다. 국토교통성의 담당자는 아사히신문에 "(이중 계상으로) 이론상으로는 (GDP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매우 유감이다. 경위를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급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2019년 1월부터 이 수치를 개선해왔으므로 2020년과 2021년 GDP 통계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기관의 통계 조작이 발각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8년 말 근로자 1인당 급여와 노동 시간 변화를 매달 조사해 집계하는 '매월 근로통계'를 조작했다. 이에 따라 2018년 6월의 임금 상승률이 실제 1.4%보다 훨씬 높은 3.3%로 나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보 여주는 수치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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