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하다” 속내 드러낸 양현종, '광주행'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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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과 KIA 타이거즈의 재계약 협상이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양현종과 KIA 타이거즈의 재계약 협상이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양현종(33)과 KIA 타이거즈의 재계약 협상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장정석 KIA 단장과 양현종의 에이전트 최인국 스포스타즈 대표는 지난 14일 광주에서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장 단장은 그동안 대화하며 교감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계약 기간은 4년, 총액은 100억원 수준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장액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KIA가 제시한 조건은 보장액보다 옵션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국 대표는 "보장액이 기대한 수준보다 적어서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들은) 양현종이 크게 실망했다. '섭섭하다'는 말을 한 게 사실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선수와 제대로 얘기를 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KIA는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양현종은 2022년에 우리 나이로 35살이다. '에이징 커브'라는 불안 요소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양현종이 미국 무대에서 뛴 2021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KIA는 2015년 3월, 메이저리그(MLB) 진출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프랜차이즈 투수 윤석민(은퇴)에게 총액 90억원(4년)을 안겼다. 윤석민은 4시즌(2015~2018) 동안 14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어깨 부상 탓에 2017시즌은 통째로 쉬었다. 실패 사례도 돌아봐야 했다.

양현종도 서운한 이유가 있다. 그는 먼저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KIA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FA 계약에서 스스로 협상 창구를 줄이는 건 불리한 행동이다. 이를 감수할 만큼 '친정팀'과 다시 동행하길 바랐다.

보장액은 구단이 선수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양현종은 비즈니스 논리만 내세우며 이전보다 자신을 믿지 않는 구단의 시선에 마음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KIA가 자유계약선수(FA) 외야수 나성범을 잡기 위해 130억원 이상 투자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상황이다. 양현종 입장에서는 옵션 조항이 잔뜩 쓰인 자신의 계약서가 마음에 들 리 없다.

양현종의 반응을 전해 들은 장정석 단장은 "선수는 일정 수준 이상 보장액을 바라는 게 당연하다. 협상이 결렬된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일단 14일 제시안에 대한 답변이 오면, 수정안을 다시 만들 계획이다.

최인국 대표는 "나는 선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뛰는 사람이다. 선수가 바란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다른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어떤 협상도 끝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KIA와도 생각 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시 대화할 생각이다.

KIA는 합리적인 계약을 노리고 있다. 선수 예우도 소홀할 생각은 없다. 양현종은 이미 마음이 상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장기전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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