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훈육이라고요? ‘사랑의 매’도 안됩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15 13:00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47) 

얼마 전 고작 생후 16개월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으로 떠들썩했습니다. 현재 대법원으로 상고가 된 이 사건의 2심에서 양모는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는데요. 이를 계기로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양형위원회에서도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인이 사건’처럼 인륜에 반하는 범죄가 아니더라도, 아동학대 관련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아동복지법에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모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가 무엇인지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시비까지 붙었지만, 결국 합법으로 판단되었습니다(헌법재판소 2015. 10. 21. 결정 2014헌바266).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가 무엇인지와 관련해 규정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시비까지 붙었지만, 결국 합법으로 판단되었다. [사진 pxhere]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가 무엇인지와 관련해 규정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시비까지 붙었지만, 결국 합법으로 판단되었다. [사진 pxhere]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서,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는 있기는 합니다만(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여전히 쉽게 와 닿지 않습니다. 몇 가지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원생인 B양(5)을 맨발로 세워두고 훈계한 사회복지시설 A 원장에게 선고된 벌금 300만원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대법원 2021.11.11.선고 2021도10679). 당시 A 원장은 여러 번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고 식당으로 따라 들어가 버리자 화가 나 손으로 B양이 입고 있던 도복의 허리끈을 뒤에서 잡아 공중에 들어 올린 상태로 10m가량을 걸어 식당 밖으로 나간 뒤 피해 아동을 상당 시간 화강암 또는 시멘트 재질의 바닥에 맨발로 세워둔 채 훈계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정서적 학대행위’로 본 것입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가 보호하는 아동에 대해서 아동학대범죄를 한 경우 본래의 형을 1/2을 가중하고 있는데요. A 원장도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로서 가중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아동학대는 설령 훈육 목적이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치원 보육교사인 C씨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어린이집 4세 반의 D군이 어린이집 창문 옆의 교구장 위로 올라가거나 창틀에 매달리며 위험한 행동을 하자, 담임교사인 C씨가 훈육할 목적으로 약 40분간 D군을 바닥에서 78㎝ 높이의 교구장에 올려둔 후 교구장을 흔들거나 D군의 몸을 잡고 교구장 뒤 창 쪽으로 흔들기까지 했습니다. C씨는 D군이 위험하게 교구장에 올라가는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목적의 교육활동 또는 훈육에 불과하지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는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대법원에까지 상고했습니다만 결국 유죄가 인정되어 70만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설령 D군에 대한 훈육의 필요성은 있다 하더라도, 4세 아이를 40분간 교구장에 올려놓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험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해 아동은 공포감 내지 소외감을 느꼈을 것을 것으로 보이기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D군이 사건 이후 정신적 고통 등을 호소하며 일주일이 넘도록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한 점도 불리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사랑의 매’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서 부모의 체벌이 무조건 아동학대로서 형사책임이 수반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 pxhere]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사랑의 매’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서 부모의 체벌이 무조건 아동학대로서 형사책임이 수반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 pxhere]

‘체벌’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때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아니라,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하는 ‘신체적 학대행위’가 문제 됩니다. 최근 12세의 아들인 F군이 자신에게 욕설하자 훈육을 한 E씨의 사안은 이와 달랐습니다. 어머니인 E씨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F군을 훈계하였으나, F군은 오히려 E씨 팔을 때리고 배를 차며 과격한 욕설까지 했고 E씨는 죽비로 F군의 발등과 등을 한 차례씩 때렸습니다. 이후 E씨는 울면서 F군을 안고 기도하였고 F군도 E씨를 때린 것을 사과하고 반성문과 편지를 써서 주는 등 자연스럽게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고 사건화하면서 E씨는 결국 검찰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소유예 처분은 E씨에게는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지만 사정을 고려해 죄를 묻지 않고 선처하여 훈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기소유예라도, 자신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는 E씨는 헌법재판소에 위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E씨의 주장은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평소 '사랑의 매'로 정해놓은 죽비로 때린 정당한 훈육행위기에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겁니다. 헌법재판소도 E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21. 4. 29 자 2020헌마1415 결정). 헌법재판소는 E씨의 가정에서 일관된 훈육을 위해 자녀가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에게 대들거나 욕하는 경우에 체벌하기로 기준을 미리 정하였고, 체벌방법도 도구를 사용한 절제된 체벌을 위해 죽비를 마련해 두고 ‘사랑의 매’로 정해놓은 점을 주목했습니다. E씨가 F군을 지나치게 체벌하거나 학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E씨가 이 사건 전에는 F군을 체벌한 적이 없다는 점도 유리하게 고려됐습니다.

E씨의 사건은 민법상 인정된 부모의 징계권이 삭제되기 전의 일입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인 1월 26일 삭제됐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근거가 더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사랑의 매’는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 해서 부모의 체벌이 무조건 아동학대로서 형사책임이 수반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민법 제915조의 삭제 취지는 ‘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은 아동학대 가해자인 친권자의 항변사유로 이용되는 등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부모의 체벌에 대해 사법부가 향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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