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車와 성교하는 괴물?…강동원도 혀 내두른 '109분 극단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2년만에 열린 칸영화제에서 '괴물 같은 영화'로 주목받으며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티탄'(감독 쥘리아 뒤쿠르노)은 어릴 적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은 뒤 자동차와만 교감할 수 있게 된 여성 주인공(아가트 루셀)이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는 한 남자(뱅상 랭동)와 겪게 되는 기이한 사랑의 여정을 그렸다. [사진 왓챠]

올해 2년만에 열린 칸영화제에서 '괴물 같은 영화'로 주목받으며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티탄'(감독 쥘리아 뒤쿠르노)은 어릴 적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은 뒤 자동차와만 교감할 수 있게 된 여성 주인공(아가트 루셀)이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는 한 남자(뱅상 랭동)와 겪게 되는 기이한 사랑의 여정을 그렸다. [사진 왓챠]

어릴적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은 뒤 자동차와만 교감할 수 있게 된 알렉시아(아가트 루셀)는 살인을 저지른 뒤부터 몸속에 쇳덩이가 자라는 걸 느낀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알렉시아는 실종 전단 속 소년과 닮은 모습으로 위장하고 10년째 아들을 찾던 소년의 아버지 뱅상(뱅상 랭동)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9일 개봉)은 단연 올해 가장 충격적인 영화다. 괴팍한 성미의 소녀 알렉시아가 운전석의 아버지를 괴롭히다 사고를 겪는 첫 장면부터 성인이 되어 살인을 저지르고는 자동차와 성교를 하는 듯한 판타지 장면까지 이렇게 ‘비호감’인 주인공이 있었나 싶다. 응급구조대장인 뱅상은 강한 남성성에 집착하는 마초지만, 아들로 인한 슬픔 탓에 속은 곯을 대로 곯았다. 그가 평소라면 상극일 듯한 알렉시아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유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티탄' #'바디호러' 대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머리에 티타늄 박은 살인마 여성과 #실종된 아들 찾는 아버지의 만남

강동원 "내가 뭘 본 건가" 박찬욱 "신인류 탄생 목격"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지난 7월 17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티탄'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포즈를 취했다. [EPA=연합뉴스]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지난 7월 17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티탄'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포즈를 취했다. [EPA=연합뉴스]

개봉 전 사전 시사에서 영화를 본 배우 강동원은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혀를 내둘렀고, 박찬욱 감독은 “신인류의 탄생을 목격하다”란 관람평을 남겼다. 역설적으로 이런 극단적인 상상을 109분간 감쪽같이 믿게 하는 감독과 배우들의 역량이 감탄을 자아낸다.
프랑스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38)는 각본‧연출을 겸한 이 두 번째 장편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역대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이후 28년 만이다. 뒤쿠르노 감독은 “괴물성은 규범이라는 벽을 밀어내는 무기이자 힘이다. 괴물을 받아들여 준 칸영화제에 감사한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첫 장편 ‘로우’(2016)에선 채식주의자 여성이 토끼 생간을 강제로 먹은 뒤 식인 욕망에 눈뜨는 이야기로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은 뒤 ‘바디 호러’ 장르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은 터. ‘티탄’에 대해 “‘사랑의 탄생’을 그린 이야기다. 결국 모든 건 선택의 문제”라 설명한 그를 지난 7일 단독 화상 인터뷰했다.

뒤크루노 감독 "'사랑의 탄생' 그린 영화"

'티탄'에서 주인공 알렉시아는 가족과 교감을 나누지 못했던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머리에 티타늄을 박게 된다. [사진 왓챠]

'티탄'에서 주인공 알렉시아는 가족과 교감을 나누지 못했던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머리에 티타늄을 박게 된다. [사진 왓챠]

주인공으로 가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택한 이유는.  

“그전에 우리가 알지 못한 인간성, 사랑을 처음으로 발견해나가는 여정이기에 ‘사랑의 탄생’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 여정을 잘 보여주려면 관객이 철저히 다가갈 수 없는 인물이어야 했다.”

특히 영화 초반은 알렉시아가 겪는 극도의 신체적 고통을 시간을 들여 관객이 고스란히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연출했는데,

“관객이 알렉시아의 행위나 사고방식이 아니라 그의 ‘몸’을 통해 첫 공감의 순간을 갖길 바랐다. 아주 깊은 차원에서 이뤄지는 본능적인 공감이다. 어떤 사람이 우리 눈앞에서 손에 못을 박는다면 그 고통을 즉각적으로 느끼게 될 텐데, 첫 장면부터 그런 순수한 신체적 공감, 반응으로 알렉시아와 만나게 하려 했다.”

알렉시아가 자신의 분신 같은 금속머리핀을 상대에게 찔러넣는 살해 방식은 넓은 의미의 성교처럼 보였다. 인간을 혐오하면서도 소통을 갈망하는 듯한 몸부림 같은.  

“와하하. 흥미로운 얘기다. 솔직히 한 번도 머리핀을 성적인 공격성과 연관시켜 상상하진 않았지만 그 질문의 맥락은 이해된다. 물론 영화 속 살인은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다. 알렉시아가 인간에게 갖는 증오, 어쩔 수 없이 인간에 속한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게 중요했다. 금속머리핀은 흔히 예쁘고 무해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적’ 장식이고, 누구도 살인의 무기나 죽음과 연결하기 어려운 도구여서 골랐다. 처음에 아름다운 댄서로 춤추며 등장하는 알렉시아의 전형적인 희생양 이미지와 연결된다. 스토커나 폭력을 두려워해야 할 것 같은 모습인데 그런 ‘여성적인 희생양’의 모습을 배반하고 싶었다.”

중견 배우 뱅상 랭동이 10년째 실종된 아들을 찾고 있던 아버지이자 마초적 응급구조대장 뱅상 역을 맡아, 알렉시아와 유일하게 교감을 나눈다. [사진 왓챠]

중견 배우 뱅상 랭동이 10년째 실종된 아들을 찾고 있던 아버지이자 마초적 응급구조대장 뱅상 역을 맡아, 알렉시아와 유일하게 교감을 나눈다. [사진 왓챠]

뱅상은 정의를 중시하고 남성성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알렉시아를 제일 이해할 수 없을 듯한 인물을 유일한 소통 상대로 설정한 까닭은.  

“맞다. 뱅상은 알렉시아를 가장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다. 처음에 뱅상은 텅 빈 껍데기, 피로에 지친 좀비 같은 상태였다. 머릿속엔 무슨 수를 써서든 아들을 되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가득하다. 뱅상은 폭력적이고 어둡고 이기적이다. 알렉시아나 뱅상이나 서로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인데 오히려 그로부터 관계가 발전한다. 모든 문제를 폭력과 살인으로 돌파해온 알렉시아가 수사망을 피하려다, 자기보다 더 미친, 강한 사람을 만나 일종의 덫에 빠진 셈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극도의 외로움이다. 알렉시아 또한 친가족으로부터 존재 자체를 무시당한 채 살아왔다. 자신을 보살펴주고 존재를 인정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 둘 다 알렉시아가 뱅상의 아들이라는 게 거짓임을 어느 순간 알지만, 붕괴 직전의 그들에겐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더 크다. 거짓말인데도 불구하고 함께하며 어떤 형태의 사랑이 시작된다.”

중견 배우 뱅상 랭동 "연기 인생에서 찾고자 했던 것 얻어"

알렉시아의 극단적 변화를 연기해낸 주연 아가트 루셀은 사진작가 겸 배우로,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다. 뒤쿠르노 감독은 “낯선 얼굴을 찾으려 했다”면서 “각도에 따라 달라지고, 무엇이든 믿게 하는 얼굴”로 루셀을 발탁했다고 했다.
6년 전 ‘아버지의 초상’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중견 배우 뱅상 랭동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이번 역할로 “연기 인생에서 찾고자 했던 걸 얻었다”고 영화사에 전했다. 뒤쿠르노 감독은 “그가 얻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나도 들었다”며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는 간절히 붙잡지 않고 놓아버리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