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6개월째 멈춘 美대사관 인터뷰…‘투자이민 문’ 언제 열리나?

중앙일보

입력 2021.12.15 11:00

[더,오래] 국민이주의 해외이주 클리닉(38)

미국행 투자이민 수속을 맡고 있는 이민 전문변호사로 올해는 정말이지 너무나 괴로웠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수속이 더딘 가운데 미국 투자이민 EB-5프로그램이 6월 30일을 기점으로 멈춰서 있는 ‘대기’상태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미국 투자이민 EB-5프로그램이라는 제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난 6월 30일 이후 신규 접수를 아예 못하고 있다. 10월부터는 미국 이민국(USCIS)과 대사관 인터뷰도 사실상 멈춰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투자이민 수속의 모든 단계가 대기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취업과 학업, 영주권 수속으로 미국 이민국의 승인과 대사관 인터뷰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다. 현재로서는 미국 투자이민 프로그램이 재개되어야 다시 수속을 진행할 수 있다. [사진 pxhere]

자녀의 취업과 학업, 영주권 수속으로 미국 이민국의 승인과 대사관 인터뷰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다. 현재로서는 미국 투자이민 프로그램이 재개되어야 다시 수속을 진행할 수 있다. [사진 pxhere]

미국 투자이민 수속 가운데 영주권자 신분 이후 단계의 수속인 ‘I-829’는 현재로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영주권자 신분 이전 단계의 수속으로 미국 이민국 자금출처 심사인 ‘I-526’ 심사와 대사관 인터뷰는 2021년 10월 이후 대기상태다. 요즘 수많은 한국인 신청자가 대사관 단계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대사관에서 도 비자 발급을 하고 싶다고 해서 자체적으로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 투자이민 EB-5 프로그램 단계마다 심사의 차이와 비자 발급의 수속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이 제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숙지해야 한다. 미국 투자이민 EB-5프로그램은 외국인 직접 투자로 미국 사회의 지역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1990년 만들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닥친 후로는 명실공히 미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 부양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EB-5 프로그램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369억 달러(대략 43조5000억원)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큰 몫을 했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은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통한 외국인 투자가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EB-5프로그램은 미국의 통합 예산안에 포함되어 진행된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10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 30일까지로, 보통은 9월 30일 이전에 의회에서 다음해 예산안을 처리한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12월이 된 지금도 통합예산안이 완전히 통과되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는 미국 이민국은 원활하게 수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다음해 통합예산안이 통과되면 자동으로 재허가가 이뤄지는 수순을 밟았다. 그간 EB-5프로그램은 1년이 넘지 않게 단기간 연장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이 때문에 예산안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제도가 아니라 별도의 법안인 ‘미국 투자이민 청렴성 개혁법안(EB-5 Reform&Integrity Act)’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안전하고 빠르게 수속 절차를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지난 몇 년간 거듭됐다. 투자이민의 개혁법안은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발전과 직결되기에 현재는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패트릭 레이히 상원 임시의장이 당의 입장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 투자로 미국 사회 지역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 투자이민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이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 부양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사진 pxhere]

외국인 직접 투자로 미국 사회 지역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 투자이민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이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 부양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사진 pxhere]

미국 투자이민이 재개되려면 다음 두 가지 조건 중에 하나라도 만족하면 된다. 첫째, 미국의 내년도 통합예산안이 통과되는 경우다. 둘째로는 미국 투자이민 전담 법안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 둘 다 계속 대기 상태로 늦춰져 있다. 미국의 내년도 통합예산안은 하원은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임시 예산안 통과가 예상되는 2022년 2월 18일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미국 투자이민법은 오는 17일 통과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통합예산안이나 투자이민법 둘 중 어느 하나가 먼저 통과되는 경우, 투자이민 수속은 즉각 정상 재개된다. 다만, 상원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의 수에는 한계가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이민 업계 관계자, 특히 연방정부 로비스트에 따르면 현재 투자이민 법안보다 한층 더 중요한 법안에 부딪혀 투자이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바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에 들고 나왔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경제 회생의 ‘더 나은 미국 재건(Build Back Batter)’ 법안이다. 미국의 사회복지를 50년 만에 대폭 확충하려는 이 법안에는 인프라 투자와 교육‧의료 등 사회복지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는 2년마다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가 예고되어 있다. 미국 정가는 짝수해마다 열리는 중간선거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상원의원은 현재 100명으로 34석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격돌한다. 물론 하원의원 전원과 주지사 50석 가운데 34석을 선출해야 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참고사항으로 보통 굵직한 법안들은 짝수해보다 홀수해에 통과되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자녀의 취업과 학업, 영주권 수속으로 미국 이민국의 승인과 대사관 인터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다. 현재 상황에서는 미국 투자이민 프로그램이 재개되어야 다시 수속이 진행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한해에 미국 투자이민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민비자의 숫자는 대략 700개. 그런데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1년 치 분인 700개 이민비자를 한국에서 소화하지 못했다. 이번에 관련 법 통과로 다시 ‘투자이민의 문’이 열린다면 주한 미국 대사관이 한시라도 빨리 비자발급을 해줄 것이라고 본다. 다음 칼럼에서는 미국 투자이민 EB-5 프로그램 재개 소식을 들고 찾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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