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전용

아이들의 '판타지' 버무려냈다, 맛깔난 동화책 '만복이네 떡집'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12.15 06:00

업데이트 2022.03.02 15:26

ㆍ 한 줄 평 : “나도 이런 적 있는데” “내 친구 중에 이런 애 있어” 같은 반응이 쉼 없이 나오는 감정이입의 교본 같은 책!

ㆍ 함께 읽어보면 좋을 김리리 작가의 다른 책
『뻥이오, 뻥』말귀 못 알아 듣는 순덕이가 귀 뻥 뚫리는 이야기. 순덕이가 사실은 어린 시절 김리리 작가라고.
『엄마는 거짓말쟁이』엄마의 사소한 거짓말이 만들어낸 요절복통 에피소드. 이 책을 필두로 나온 이슬비 시리즈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만큼 솔직하고 재미있는 어린이 동화다.
『내 이름은 달타냥』폭력의 대물림이라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이야기를 통해 생각하게 해준다. 고학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김리리 작가를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 작가’란 틀에서 꺼내주는 책.

ㆍ 추천 연령 : 동화책으로 넘어와 글밥을 늘려가는 9~10세 무렵 아이에게 추천합니다. 김리리 작가는 저학년 아이를 독자로 상정하고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리듬감이 살아있을 수 있도록 구어체로 썼다고 하는데요,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추천 연령은 서사의 구조나 주제 등을 고려하여 제안하는 참고 사항일 뿐 권장 사항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왜 책을 읽게 하시나요?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오늘은 이 질문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인간이 여타 포유류와 다른 길을 가게 된 건 문자 때문일 겁니다. 문자를 만들어 내면서 인간은 경험을, 그리고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통찰을 기록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기록은 다음 세대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알게 했고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읽어야 한다면, 읽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그건 단연 재미일 겁니다. 재미있으면 또 하니까요. 글 읽는 행위를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그래서고요.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김리리 작가의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첫 책 『만복이네 떡집』 나온 지 10년만인 지난해 2권과 3권이 나왔고, 올해 4권과 5권이 나왔다. 비룡소

김리리 작가의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첫 책 『만복이네 떡집』 나온 지 10년만인 지난해 2권과 3권이 나왔고, 올해 4권과 5권이 나왔다. 비룡소

김리리 작가의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는 바로 이 ‘재미’를 보장합니다. 재미의 증거는 판매량입니다. 올 12월에 나온 『달콩이네 떡집』까지 총 5권인 이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85만 부에 달합니다. 지난해 비룡소(249억원)의 매출이 모회사인 민음사(268억원)를 넘어섰는데요, 이걸 견인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죠.

이 시리즈에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열광하는 걸까요? 아이들을 사로잡은 그 ‘재미’의 요소를 한 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이유가 있어요. 양육자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좋은 그림책을 알아채는 것보다 좋은 동화책을 알아채는 게 더 어렵습니다. 그림책은 이야기가 짧고 그림도 풍성해 훑어보며 마음이 와 닿는 책을 발견할 수 있지만, 동화책은 오롯이 이야기만으로 판단해야 하니 말입니다. 『만복이네 떡집』을 들여다보면 좋은 동화책을 고르는 눈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부족한 구석이 있습니다. 『만복이네 떡집』 만복이는 만 가지 복을 가지고 있다는 이름처럼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유복한 가정 환경까지 가졌지만, 친구가 없습니다.『장군이네 떡집』 장군이는 복이라곤 하나도 타고 난 게 없어 답답한 마음에 주먹부터 나가는 아이고, 『소원 떡집』 꼬랑쥐는 덩치는 작고 털은 윤기가 없는 데다 생쥐인데 앞니도 잘 자라지 않습니다. 『양순이네 떡집』 양순이는 생일 파티에 친구를 초대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달콩이네 떡집』 달콩이는 유기견입니다. 그런데 이 부족하거나 아픈 구석 때문에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나 같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 덕분에 성장하기도 하고요.

『만복이네 떡집』시리즈에서 주인공 아이는 신기한 떡을 먹고 자신의 고민을 천천히 해결해 나간다. 비룡소

『만복이네 떡집』시리즈에서 주인공 아이는 신기한 떡을 먹고 자신의 고민을 천천히 해결해 나간다. 비룡소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엔 판타지도 있습니다. 고민과 문제가 해결되는 판타지 말입니다. 이 고민과 문제라는 게 어른 눈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에겐 굉장히 간절합니다. 친구에게 미운 말을 툭툭 던지는 만복이는 사실 친구가 간절합니다. 친구가 없다니, 이 또래 아이들에겐 견디기 힘든 문제죠. 말을 못되게 하는 것도 관심을 끌어보려는 겁니다. 장군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고 엄마 아빠의 인정도 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됩니다. 꼬랑쥐는 볼품없는 생쥐로 사느니 사람이 되고 싶어 쓰레기통을 뒤져 아이들의 손톱을 먹고요. 친구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히는 양순이는 북적북적한 생일파티를 열어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유기견센터에서 달콩이를 입양한 봉구는 달콩이랑 친해지고 싶고요. 안 그러면 말썽꾸러기 달콩이를 다시 유기견센터로 보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고민과 문제가 뚝딱 해결되지 않습니다. 문제를 뚝딱 해결해줄 요정이 나타나지도 않고, 도깨비 방망이가 생겨나지도 않습니다. 어딘가 부족한 아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죠. 신기한 떡의 도움을 받아서요. 하굣길 눈에 띄어 들어간 떡집에서 ‘집중력이 팍팍 높아지는 팥떡’을 먹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학 시험에 만점을 받는 식으로 말입니다.

무엇보다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는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만복이, 장군이, 꼬랑쥐, 양순이, 달콩이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 헤매고 있는 걸 보면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잖아요. “만복아, 미운 말을 쓰니까 친구가 없지. 고운 말 좀 써라.” 이렇게요. 그런데 김리리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만복이에게 이 떡 저 떡을 주고 만복이의 미운 말을 들은 친구의 감정을 이해하게 하죠.

시리즈 세 번째 책『소원 떡집』주인공 꼬랑쥐는 소원 떡을 아이들에게 배달해주고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돕는다. 비룡소

시리즈 세 번째 책『소원 떡집』주인공 꼬랑쥐는 소원 떡을 아이들에게 배달해주고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돕는다. 비룡소

한발 더 나아가 이 책은 위로의 손을 내밉니다. 시리즈 세 번째 책 『소원 떡집』의 주인공 꼬랑쥐를 통해 위로의 메시지가 선명해집니다. 꼬랑쥐는 소원을 들어주는 떡을 아이들에게 배달해주고 사람이 되는 데요, 이후 꼬랑지(쥐가 아니니까!)로 이름을 바꾸고 아이들 곁에서 지내며 고민 있는 아이는 없는지 살피고 직접 떡을 만들어 고민을 해결해줍니다. 『소원 떡집』 마지막에 사람이 되기 직전 꼬랑쥐가 먹은 떡이 ‘절대 편이 되는 주는 절편’인 게 의미심장합니다.

『소원 떡집』에서 사람이 된 생쥐 꼬랑지는 이후 『양순이네 떡집』과 『달콩이네 떡집』에서 직접 떡을 만들어 주며 아이들을 돕는다. 그림 아래 지하에 숨어 아이를 지켜보는 인물이 꼬랑지다. 비룡소

『소원 떡집』에서 사람이 된 생쥐 꼬랑지는 이후 『양순이네 떡집』과 『달콩이네 떡집』에서 직접 떡을 만들어 주며 아이들을 돕는다. 그림 아래 지하에 숨어 아이를 지켜보는 인물이 꼬랑지다. 비룡소

수많은 양육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양육자는 평가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요. 그저 아이 편이 되어주라고요. 하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요? 내 아이가 밖에 나가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 “이래라저래라” 하게 됩니다. 결국 “잔소리 그만 하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요(네, 제 얘깁니다).

김리리 작가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를 통해 세상의 많은 양육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아이의 편이 되어주고 있나요?

관련기사

관련기사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