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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길가 묶인 소 2마리…反방역패스 집회서 '뜻밖 소동'

중앙일보

입력

12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의 가로수에 유전자 증폭검사(PCR) 확대와 백신패스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몸에 두른 소 2마리가 묶여 있다.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의 가로수에 유전자 증폭검사(PCR) 확대와 백신패스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몸에 두른 소 2마리가 묶여 있다. 뉴스1

“그 추운 날 소를 밖에 두다니…”

지난 12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돌담 옆 가로수에 밧줄로 묶인 소 두 마리를 본 뒤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소들 몸에는 “사기 PCR 테스트를 중단하면 코로나 양성자 없다” 등과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쳐져 있었다.

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죄 없는 소가 불쌍하다” “동물학대”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소는 원래 밖에서 키운다” “소고기를 먹는다면 동물학대라고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반응도 잇따랐다.

추운 날 소 방치…동물학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담벼락 앞에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과 유전자 증폭 검사(PCR 검사)확대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몸에 두른 소 두 마리가 가로수에 묶여 있다.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담벼락 앞에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과 유전자 증폭 검사(PCR 검사)확대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몸에 두른 소 두 마리가 가로수에 묶여 있다. 뉴스1

한파 속 동물을 밖에 방치했다면 동물학대에 해당할까. 일단 경찰은 ‘덕수궁 돌담길 소 소동’을 일으킨 소 주인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소 주인인 60대 남성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방역패스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쯤 집회 장소 인근에 도착했다고 한다. 도로 행진에 소들을 이끌고 참여하려고 했으나 경찰이 막자 오후 5시쯤 덕수궁 돌담길에 소를 그대로 두고 떠났다. 결국 소들은 하룻밤을 길가에서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 특정 지역에 장시간 동물을 방치한 행위를 동물보호법상 유기 행위로 판단해 처벌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 두 마리는 별도 격리 조치 없이 A씨에게 돌려보내졌다.

“죽음 직전까지 갔는데 명백한 학대”

날이 추울 때 동물을 야외에 방치했다면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소유주는 동물이 갈증과 영양 굶주림을 겪지 않게 해야 한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해 신체적 고통을 줬다면 학대로 판단한다. 해당 소들을 보살핀 동물권단체 ‘케어’ 김영환 대표는 “바람 쌩쌩 부는 추운 날씨에 지푸라기 하나 없이 소를 버려두고 갔다”며 “소가 종일 굶었는지 2L짜리 생수 10병을 먹었는데 명백한 학대행위”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소가 주인에게 인계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학대 행위인데도 위해 행위 정도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학대 행위가 맞는데 주인과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위험 발생에 대한 해결이지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예견해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순 없다”고 설명했다.

혹한기 동물 방치? 불법이라는데…

인천 아라뱃길 근처 절벽. 개 두 마리가 추위 속 방치돼 있다. 사진 독자

인천 아라뱃길 근처 절벽. 개 두 마리가 추위 속 방치돼 있다. 사진 독자

혹한기 추위 등에 동물을 방치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관련 단체들은 주장한다. 동물 구조 활동을 하는 B씨는 지난 6일 인천 계양구 아라뱃길 근방 야외에서 방치돼있던 강아지 두 마리를 발견했다. 당시 강아지들은 1m도 안 되는 짧은 목줄이 꼬여 집안으로도 들어갈 수 없던 상태였다고 B씨는 전했다. 물동이에 가득찬 흙탕물은 꽁꽁 얼어 마실 수 없었고 입에는 고드름이 맺혀 있었다. B씨에 따르면 인근 야외에서 이렇게 길러지는 개가 20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B씨는 “집도 없는 개들을 한겨울 밖에서 줄에 묶어 키우면 방치고 명백한 학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동물 학대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현재 한국에는 동물을 부적절한 환경에 노출해 고통받게 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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