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한명숙 책 안팔렸나…3년만에 추징했지만 인세 260만원

중앙일보

입력

6월 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뉴스1

6월 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뉴스1

검찰이 최근 여권의 대모(代母) 한명숙(77) 전 국무총리를 두고 약 3년 만에 추징금 집행을 재개했다. 지난 6월 발간된 한 전 총리 자서전의 인세 260만원가량을 국고로 환수하면서다.

한 전 총리는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2015년 8월 20일 징역 2년형과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확정판결 받고 복역했지만, 추징금 대부분을 내지 않았다.

책 1500권도 못 팔았나…앞으로 7억여원 더 추징해야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검사장 이정수)은 지난 8월 한 전 총리 자서전 인세 251만 8640원을 집행했다. 이달 들어선 추가로 인세 7만 7400원을 회수했다.

검찰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한 전 총리 추징금을 집행해오다 2019년 1월을 끝으로 실적이 끊겼다. 그러다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최근 집행을 재개한 것이다. 6월 30일 발간된 한 전 총리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의 인세를 환수했다.

이 자서전은 지금까지 1500권 가량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1권당 정가가 1만 8000원이고 인세가 10%인 1800원이라고 가정하면, 1444권가량을 팔아야 인세 260만원가량이 떨어진다. 책 대부분은 시중 서점이 아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텀블벅에 따르면 책 발간에 앞서 1014명으로부터 후원금 3451만 7300원을 모금했는데, 이들에겐 감사의 선물로 책 1229권이 제공됐다. 100만원씩을 낸 후원자 4명은 한 전 총리와 식사 특전을 누리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자신의 결백을 밝힐 목적으로 펴낸 자서전에서 “언론은 검찰과 한통속이 되어 날 짓밟는 데 열중했다. 특히 진보 매체의 이해할 수 없는 편파성에 소름이 끼쳤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죄의 결정적 물증이었던 ‘한 전 총리 여동생이 사용한 한만호씨(정치자금 공여자)의 1억원짜리 수표’에 대해선 책의 총 359개 페이지 중에서 5개 페이지만을 할애해 해명했고, 그마저도 “여동생이 보좌관을 통해 한씨에게 빌린 돈”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전 총리는 1~3심 재판 과정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지만 법원이 모두 배척한 바 있다.

이번 집행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한 전 총리로부터 7억 828만여원을 더 추징해야 한다. 그러나 자서전 인기가 시원치 않아 인세와 더불어 다른 자산을 찾는 중이라고 한다.

한명숙 추징금 집행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명숙 추징금 집행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6년 넘게 ‘한명숙 구하기’…“공수처 수사로 마침표 찍어야”

별도로 여권을 중심으로 확정판결 이후 6년 넘게 ‘한명숙 구하기’가 이어진 데 대해 법조계에선 ‘보복성 정치 공세’란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초부터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 제시 없이 무죄를 주장하며 판결을 부정하는 걸 넘어 한명숙 수사팀 검사들이 재판 과정에서 재소자를 동원해 모해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여당 현직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지난 7월 14일 최종적으로 수사팀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바통을 넘겨 받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한 전 총리 수사팀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두고 6년 가까이 논란을 지속하는 건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이고 국익에 도움이 안 되므로 공수처가 이번에 한명숙 사건의 마침표를 확실히 찍어줘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사면이 될 12월 말 신년 특사에서 한 전 총리가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 면죄부를 주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