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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거릴 정도로 흔들렸다” 제주 호텔 관광객들 긴급 대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4일 오후 5시19분 제주도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국내 역대 지진 중 11번째 규모로, 올해 한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약 두 시간 만인 오후 7시30분 기준 아홉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여진 규모는 1.6에서 1.7 정도로 집계됐다.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규모 4.9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여진히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수개월에서 1년까지도 여진이 가능하다”면서 “여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지진 진앙과 가장 가까운 곳은 제주도 서남쪽 모슬포항 인근이다. 모슬포항에 사는 김명원(88)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진으로 흔들림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폭발 소리가 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트럭이 와서 집을 받는 느낌이 나서 집이 완전히 망가지는 줄 알고 맨발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제주 서남해상 지진 지역별 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제주 서남해상 지진 지역별 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행객인 윤모(45)씨는 이날 입도해 오후 5시쯤 서귀포시 제주 신라호텔에 도착했다. 윤씨는 “체크인하려는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우르르 뛰쳐나갔다”며 “1층에 있었는데도 울렁거리고 어지러울 정도로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호텔 밖에는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대피한 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윤씨는 전했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관광공사 직원들도 이날 건물이 흔들리자 부랴부랴 밖으로 몸을 피했다.

이날 제주 지역 주민 상당수가 진동을 감지했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 서귀포경찰서 안덕파출소 관계자는 “건물이 조금 흔들리긴 했는데 딱히 피해도 없고, 주민 신고가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지진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는 110건이 접수됐고, 현장 출동 건수는 2건으로 집계됐다. 제주와 가까운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도 지진 피해 신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 지역 소방본부에 따르면 유감 신고는 광주 24건, 전남 37건, 전북 0건 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해역 지진이 발생하게 된 단층 형태는 동서 또는 남북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으로 분석됐다. 이 단층은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한반도 주변 남해, 서해 해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과 화산활동, 주변국 지진과의 연관성 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진 과장은 “화산활동과의 관련성은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일본 등 주변 지역의 지진 발생 영향도 직간접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한반도가 전반적으로 동서 압축력을 받고 있는데, 그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는 게 주향이동단층이다. 제주 인근 지역에 화산활동으로 인한 지각 균열이 있는 상태에서 주향이동단층이 발생하면서 이번 지진이 나타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진에 따른 해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봤다. 유 과장은 “이번 지진은 규모 4.9인 데다 주향이동단층 운동이라 지진해일을 일으킬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진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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