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슐랭 토크] 초여름 먹던 ‘냇가 보약’ 옥천 생선국수…백종원도 반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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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리. 면 소재지 인근 청산교 사이로 폭 200여m의 보청천이 흘렀다. 속리산에서 발원해 청산면을 휘감아 금강으로 흐르는 이 하천엔 과거 물고기가 많았다.

예부터 청산면 사람들은 모내기가 끝나는 초여름 보청천으로 천렵(川獵)을 나갔다. 주민들은 갓 잡은 물고기를 바로 손질해 솥에 끓였다. 여기에 채소와 갖은 양념을 넣어 매운탕이나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박진수(75) 지전리 이장은 “동네 청년들은 냇가에 모여 물고기를 잡고, 그 자리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곤 했다”고 말했다.

선광집 서금화 할머니(왼쪽 셋째)가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선광집 서금화 할머니(왼쪽 셋째)가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밀가루 보급이 본격화한 1960년대 들어 청산의 생선 찌개는 변화를 맞는다. 남은 매운탕에 쌀 대신 밀가루 반죽을 넣어 먹는 주민들이 생겨났다. 시골 면 단위 방앗간에서도 밀가루 소면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어탕국수가 탄생했다.

서금화(93) 할머니는 청산면에서 처음으로 생선국수 가게를 연 주인공이다. 그는 1962년 7월 17일 청산면사무소 바로 앞에 ‘선광집’을 열었다. 선광집은 푹 끓인 생선 육수에 고추장 양념을 넣고, 여기에 면을 말아먹는 ‘청산 생선국수’ 원조다.

생선국수에 들어가는 물고기는 보청천과 금강, 대청호 등에서 잡은 것을 쓴다. 면을 후루룩 빨면 고추장 냄새와 함께 입 안에 오물오물 흐트러진 생선 살이 씹힌다. 현재 청산면 생선국수 거리엔 생선국수를 주 메뉴로 하는 가게가 8곳 있다.

서 할머니는 “남편이 어릴 적 보청천에서 해 먹던 매운탕에 국수를 넣으면 해장국처럼 속 풀이하는 데 좋을 것 같았다”며 “물고기 가시를 최대한 걸러내고, 칼국수 면에서 방앗간에서 사 온 소면으로 바꿔봤더니 먹기 편했다. 주민들도 입에 맞는지 계속 찾았다”고 했다.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담아 나오는 ‘도리뱅뱅’은 빙어·피라미를 튀긴 음식이다. ‘뱅뱅 돌아가면서 민물고기를 놓다’, ‘그릇을 뱅뱅 돌려가며 먹는다’는 뜻이다.

프라이팬에 4~5㎝ 크기의 작은 물고기를 원형으로 놓고 30~40초 초벌을 한 뒤 기름에 튀긴다. 물고기가 딱딱해질 때쯤 꺼내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발라 깻잎·고추·마늘 등 고명을 올려 완성한다. 고소하고 바삭해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옥천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은 2015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씨가 소개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옥천군은 2017년부터 생선국수를 주제로 지역 축제를 열고 있다. 최응기 옥천군 부군수는 “청산면 명티리에 있는 팔음산에 수목원과 둘레길을 조성하는 등 생선국수와 연계한 관광 인프라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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