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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잇단 예측불허 발언, 당내 “숙성 필요한 것 많은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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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셋째)가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별동네 작은도서관에서 지역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대구·경북 순회 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1m 거리에서 인사를 나눈 것으로 파악돼 14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일정을 취소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셋째)가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별동네 작은도서관에서 지역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대구·경북 순회 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1m 거리에서 인사를 나눈 것으로 파악돼 14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일정을 취소했다. [연합뉴스]

“12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14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문제가 거여(巨與)에 발등의 불이 됐다. 불씨를 떨군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다. 지난 12일 TK(대구·경북)를 훑던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계속 갖고 있는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낸 아이디어는 1년 정도 한시적으로만 (중과세를) 유예하는데,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중과 부분을 완전히 면제해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민주당 선대위 공보라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보라인의 한 인사는 “후보 상경 후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후보가 먼저 질렀다”고 말했다.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을 잠시 맡았던 진성준 의원은 다음 날 “개인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예견된 갈등이었다. 이미 지난달 30일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이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가 당내 강경파 항의에 지난 7일 “다주택자까지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물러섰다. “다음 정부에서 차분히 검토할 문제”(박수현 국민소통수석)라는 청와대의 선명한 반대도 작용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했지만 반발 기류는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국회 경험이 없는 이 후보가 토론과 설득을 통해 당내 여론을 형성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곧 열릴 의원총회 내 이견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급발진이 초래한 당내 갈등은 양도세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국회 법사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이 후보에게 “‘사법고시 일부 부활’ 구상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시 일부 부활론은 이 후보가 5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꺼낸 이야기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사시 이원화 구상은 선대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아 논의가 유보돼 있었지만 이 후보 발언으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사시 부활은 그동안 방송통신대 개방형 로스쿨 및 야간 로스쿨 등을 통한 기회 확대에 초점을 맞춰 온 민주당의 정책 기조와도 충돌하는 방향이다.

이 후보가 지난 11일 꺼낸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는 발언도 마뜩잖게 보는 당내 시선이 적지 않다. 이상민 의원은 “너무 쉽게 왔다 갔다 말 바꾸는 것”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이 후보가 예측불허의 속도로 정책과 어젠다를 던지기 전에 거치는 건 텔레그램 소통이다. 여러 경로로 들어오는 제안들을 주로 이 후보가 선대위 텔레그램 방에 던진다. 이후 거기에 붙은 의견을 이 후보가 곧바로 종합 판단해 즉흥 연설이나 SNS로 표출하는 식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숙성이 필요한 제안들도 많은데 후보의 의사가 반영된 제안에 제대로 직언하는 이들이 드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실무자는 “속도가 과하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TK 순회 때 만난 당 관계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됨에 따라 14일 자택 인근 선별진료소에서 선제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면서 이날 오후 잡혀 있던 현대경제연구원 방문 등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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