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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에 내집 털린다, 신변보호도 뚫는 흥신소 '어둠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탐정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탐정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상대방이 흥신소로 제 집 주소를 알아낸다고 협박 중입니다. 저의 이름·생년월일·전화번호 정도만 알고 있는데 흥신소에서 제가 사는 곳을 찾을 수 있나요?”

네이버 질의응답 서비스 ‘지식인’에 지난 7월 올라온 질문이다. 여기에 답을 단 현직 탐정이라고 밝힌 답변자들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 정도 정보만으로도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서다.

“흥신소로 주소 알아냈다”는 이석준…불법 판치는 ‘어둠의 세계’ 

신변보호 전 연인 가족 살해 피의자 25세 이석준. 사진 서울경찰청

신변보호 전 연인 가족 살해 피의자 25세 이석준.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그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25)이 “흥신소에 돈을 주고 여성 집 주소를 알아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흥신소 업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련자들은 “우려하던 일이 결국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흥신소(興信所)는 의뢰를 받아 개인·법인의 경력 등을 조사하는 기관을 뜻한다. 탐문·관찰 등 합당한 수단으로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는 탐정과 하는 일이 비슷해 통상 ‘탐정사무소’와 같은 의미로 인식된다. 지난해 8월 5일부터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라 ‘직업 탐정’ 시대가 열렸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일부 부적격자 등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신변 보호 시스템이 불법 흥신소에 사실상 뚫린 셈이라서다.

흥신소가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하지만 흥신소를 통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13일 기자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작위로 뜨는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특정인 주소를 알고 싶다”는 문의를 남겼더니 30분도 안 돼 전화가 걸려왔다.

업체 관계자는 “50만원이면 집 주소를 알려준다”고 안내했다. 단 “어둠의 경로니 문제가 생기면 의뢰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본인 명의 휴대전화나 자동차 번호를 안다면 50만원에 상대방 집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궁금한 사람이 택배나 배달음식을 자주 시킨다면 전화번호만으로 집 주소를 바로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단속 어려운 현실…관련 법 제정 필요”

탐정 이미지. 연합뉴스

탐정 이미지. 연합뉴스

불법 흥신소가 활개 치는 데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권대원 대한탐정협회 부회장은 “‘탐정법’이라고 할 수 있는 흥신소 단속 관련 법이 아직 없다”며 “흥신소를 통해 불법적으로 알아낸 정보로 범죄가 발생했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말고는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흥신소에서 개인정보를 얻어낸 행위가 강력 사건으로 비화했어도 흥신소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권 부회장은 “불법 흥신소의 사생활 침해 부분에 대해 수사하다 보면 추가적인 여죄를 알 수 있으니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소 등 개인정보가 50만원에 팔리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경고도 있다. 탐정 5년 차인 김윤환씨는 “불법 흥신소는 암암리에 매우 많고 이번 사례처럼 정보를 빼내 범죄가 일어나는 사례는 굉장히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흥신소 혼자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경찰·행정기관·통신사 등에 있는 브로커를 통해 정보를 빼내는 게 99% 정도 된다”면서다.

“이런 행위들에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텔레그램 등 보안성이 큰 메신저를 통해 정보 교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최근엔 업체 간 비용 경쟁도 치열해져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가격도 20만~30만 원대로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흥신소 이용이 다른 강력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변보호 전 여친 가족 살해한 이석준 신상공개 

한편 서울경찰청은 14일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석준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위원회는 ▶피해자 사망 등 중대 피해 발생 ▶피의자의 범행 일체 시인 등이 신상 공개가 이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석준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전 여자친구 A씨(21)의 집에서 A씨 어머니(49)와 남동생(13)을 흉기로 찔러 어머니를 숨지게 하고 남동생은 중태에 빠뜨린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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