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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가 너무 지른다"…이재명 급회전에 내부 항의 쏟아진 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를 방문해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살펴본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를 방문해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살펴본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2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14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문제가 지난 13일 임시국회에 돌입한 거여의 발등의 불이 됐다. 불씨를 떨군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다.

TK를 순회 중이던 이 후보는 지난 12일 추풍령 휴게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계속 갖고 있는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낸 아이디어는 1년 정도 한시적으로만 (중과세를) 유예하는데,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중과 부분을 완전히 면제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 업적 재평가가 메시지의 초점이던 현장에서 느닷없이 양도세 완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피력한 것이다.

속보가 쏟아지자 선대위 공보라인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대위 공보라인에 속한 인사는 “정책본부 차원의 일정한 방향 논의는 있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당의 의견을 모을지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했다”며 “후보 상경 후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후보가 먼저 질렀다”고 말했다. 당장 내부에선 불협화음이 터졌다.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을 잠시 맡기도 했던 진성준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그것은 후보의 구상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예견된 갈등이었다. 이미 지난달 30일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이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가 당내 강경파들의 물밑 항의에 시달려 지난 7일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다주택자까지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물러섰다. “다음 정부에서 차분히 검토할 문제”(박수현 국민소통수석)라는 청와대의 선명한 반대도 작용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발기류는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국회 경험이 없는 이 후보가 토론과 설득을 통해 당내 여론을 형성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곧 열릴 의총 내 이견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與 법사위원 "사시 부활 반대", 이재명에 전달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즉흥연설을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즉흥연설을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급발진이 초래한 당내 갈등은 양도세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된 일부 의원들은 이 후보에게 “‘사법고시 일부 부활’ 구상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법고시 일부 부활’은 이 후보가 5일 유튜브 라이브 소통 중에 애드리브로 꺼낸 이야기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사시 '투 트랙화' 구상은 선대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아 논의가 유보돼 있었지만 이 후보 발언으로 공약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시 부활은 그동안 방송통신대학교 개방형 로스쿨 및 야간 로스쿨 등을 통한 기회 확대에 초점을 맞춰 온 민주당의 정책 기조와도 충돌하는 방향이다. 이미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은 성명을 내고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사위원은 “사시 부활은 로스쿨 정원을 줄이는 것을 전제한 이야기라 상당한 혼선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데 위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순발력’ 원천은 텔레그램 방…일각선 “숙성 전 표출”

당내엔 지난 11일 꺼낸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는 발언도 마뜩잖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기본가치에 반하고, 절차적으로도 너무 쉽게 왔다 갔다 말 바꾸는 것”이라며 이 후보를 공개 비판했다. 일각에선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익명 원한 수도권 중진 의원)는 말도 나온다.

이 후보가 예측불허의 속도로 정책과 어젠더를 던지기 전에 거치는 건 텔레그램 소통이다. 여러 경로로 들어오는 제안들을 주로 후보가 선대위 텔레그램 방에 던진다. 이후 거기에 붙은 의견을 후보가 곧바로 종합 판단해 바로 즉흥 연설이나 SNS로 표출하는 식이다. 기존 통합형 선대위를 기동형 선대위로 재편한 이 후보가 전략본부·정책본부 등 본부별 텔레그램 방을 직할하는 체제다.

선대위 관계자는 “숙성이 필요한 제안들도 많은데 이미 후보의 의사가 반영된 제안에 제대로 직언하는 이들이 드물다”고 말했다.또 다른 선대위 실무자는 “후보가 너무 지른다”며 "속도가 과하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후보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다만 이게 후보의 스타일인 것”이라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공약·수요 정책 발표회 등 예전 선대위 방식하곤 다르게 속도전을 내는 차원"이라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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