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않고 해외간 발레리노 해고…法은 되레 발레단 질책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14 15:37

업데이트 2021.12.14 16:08

지난해 3월 소속 단원 나씨의 해외 여행 사실이 논란이 되자 국립발레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3월 소속 단원 나씨의 해외 여행 사실이 논란이 되자 국립발레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캡처.

“한 사람을 최종적으로 생업의 장에서 ‘배제’하는 해고 조치는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고려되어야 한다.”

자택 대기 명령을 어기고 해외 여행을 떠난 발레리노 나대한씨에게 ‘해고’ 처분을 한 국립발레단에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선고한 ‘부당해고’ 처분 취소 판결 중 일부다. 원고인 국립발레단은 이 판결에 승복해 항소를 포기했고 해고 취소 판결은 7일 확정됐다.

자택 대기 어기고 일본 여행…해고 징계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노 나대한씨는 지난해 2월 일본으로 출국하는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다가 홍역을 치렀다. 국립발레단은 2월 중순 대구에서 공연을 마쳤는데 당시 대구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었다. 발레단 측은 이후 공연일정을 취소하고 단원들에게 자택에서 대기할 것과 SNS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나씨가 이 기간 중 해외 여행을 간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의 비난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단원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발레단 측은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나씨가 발레단의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보고 나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징계사유 인정…다만 ‘해고’는 과하다

법원은 나씨에게 징계사유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나씨는 일본 입국심사 당시 14일이내 대구에 다녀온적이 있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서류를 내고, 발레단 측에 경위서를 제출할 때도 실제 입국 일자와 다른 날을 써서 제출했다. 자택 대기 명령을 어겼을뿐 아니라 이후 대처에서도 예술인으로서의 품위유지 의무를 지키지 못했음은 충분히 인정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은 ‘해고’ 처분은 나씨의 행위를 징계하기에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국립발레단 측은 나씨의 해고 사유로 발레단 단체협약 37조를 들었다. 해당 조항은 면직이나 해고가 가능한 징계 사유로 '성희롱 등의 사유로 발레단의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을 때'를 들고 있다.

법원은 “나씨의 행위는 비록 일반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지만 성희롱 등과 같이 발레단의 위상에 현저한 악영향을 끼친 행위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발레단의 자택 대기 명령이 있었지만 이는 법령상 규정된 자가격리 명령은 아니었고, 정부도 당시 대구 방문자에게 2주간 외출자제 지침을 내렸을 뿐이라며 ‘실정법 위반 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나씨가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리거나 이를 전파시킨 결과도 없었다는 점도 참작했다.

“젊은이 실수 나눠질 어른의 모습 없나” 질책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강우찬)는 국립발레단 측이 여론에 떠밀려 나씨에게 해고라는 다소 과한 징계 처분을 한 것은 아닌지도 지적했다. 법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의 불안한 상황에서 나씨에게 쏟아진 공분은 어쩔 수 없이 그가 감내할 영역이겠지만 이를 그가 속한 조직의 위신이나 위상과 연결지어 한 젊은이를 그가 속한 일터에서 종국적으로 배제하는 결정을 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나씨를 둘러싼 사회적 공분으로 나씨에 대한 사회적인 징계가 상당부분 이뤄졌다고 볼 수있다는 취지다.

법원은 “젊은 세대에게 조직의 위신만을 앞세워 그에 대한 응보적 책임과 배제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따끔한 훈계를 하더라도 실수로 인한 무게와 책임 또한 나누어 져주는 포용하는 어른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판결 이유 설명을 마쳤다.

국립발레단 측이 이번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나씨에 대한 해고 처분은 취소된다. 다만 원고 측에 따르면 법원에서 나씨의 징계사유가 인정된 만큼 나씨에 대한 징계 절차는 새롭게 진행된다고 한다. 나씨와 비슷한 사유로 징계를 받은 다른 단원들은 정직 1개월~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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