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은 ‘심리적 붕괴상태’ 같다. 공약이 ‘무빙타깃(움직이는 목표물)’이 됐다.”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후보 직속위원회 중 하나인 ‘내일이 기대되는 위원회’ 위원장으로 선대위에 합류했다. 8월 말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당시 윤 전 의원은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며 사퇴를 강행했다.
이후 3개월여에 대해 그는 “뒹굴뒹굴 놀았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대선 국면에서 다시 여의도에 돌아온 윤 전 의원과 14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하 주요 일문일답.
- ‘내기대위’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 여러 역할 제의가 있었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해봤다. 그러고 나서 내가 (직접)‘이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두 페이지짜리 제안서를 써서 (선대위에)냈다. 그냥 후보 옆에 같이 다니거나 높은 자리가 아니라 내용 면에서 후보의 매력을 보완할 수 있는 자리를 하고 싶었다.
- 정확히 무슨 역할인가
- 우리 사회의 해묵은 개혁의제를 다루려고 한다. 개혁은 미래세대와 기성세대의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되면 죽어도 안 이뤄진다. 후보가 미래세대와 만나서 그들이 바라는 미래상을 듣고, 여기에 후보의 메시지가 더해지면 공론화가 돼 사회적인 소통을 촉발할 수 있다. 후보가 지금까지 공약에 대해 말을 잘 안 했지 않나. 이제 말할 타이밍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후보의 공약과 메시지를 상업적으로 ‘세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제를 다루나
- 당장 다음주에 젊은 근로자들이 일하는 곳으로 찾아갈 거다. 젊은 근로자들은 일할 때 일하고, 휴가 갈 때 눈치 안 보고, 성과에 따라 보상 받기를 원한다. 반면 상관들은 눈에 자주 보이는 사람이 일 잘 한다고 생각하고, 휴가 많이 가는 것도 안 좋아한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사무직 노조, 여성 근로자들 등 두루 만나 이런 얘기를 논의하려고 한다.
- 의원직 사퇴하고 뭐했나. 어렵게 내린 판단인데 후회하진 않았나
- 뒹굴뒹굴했다(웃음). 사퇴 당일에는 감정적이 돼 좀 힘들었다. 그래도 판단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부동산에 대해 그렇게 입바른 소리를 많이 해놓고 앞으로 몸 사리고 할말 덜 하고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판단해서)책임을 진 거다.
- 다시 의원 출마에 나설 생각이 있나
- 사퇴한 사람이 어떻게 또 출마를 하나.(웃음) 다른 걸 해볼거다. 젊은 사람들과 뭘 해볼까 고민 중이다.
윤 전 의원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낸 경제전문가다. 윤 전 의원은 최근 경제현안을 둘러싼 윤석열 후보의 발언 논란에 대해 “표현의 미숙에 대해선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후보의 ‘주120시간’ 발언이나 최저임금제 비판을 놓고 논란도 있다. 후보의 경제관을 어떻게 보나.
- 표현의 미숙은 분명히 가져 갈 숙제다. 정치적 공격의 여지를 남기는 섬세함 부족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취지는 일관성이 있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지난 시대의 유물이고, 이제는 각 사업장의 노사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자치가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건 굉장히 큰 화두다.
- 이재명 후보는 어떤가
- 공약을 문제삼을 단계를 지났다. 예측가능성이 하나도 없다. 그분이 하는 말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아무도 진지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 이른바 ‘무빙타깃’인데, 비판을 할 수도, 동의를 할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발언이 선거 사상 가장 자기 발등을 도끼로 찍은 발언이라고 본다.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희화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