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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없어서 못파는 싱글몰트 위스키…한정판 ‘그들만의 리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48)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위스키 중에서도 싱글몰트 위스키가 큰 인기를 얻으며 품귀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 대란까지 생기며, 언제나 손쉽게 살 수 있던 위스키도 구하기 힘들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한 바텐더는 업계 생활 20여 년 동안 일정하게 주문하던 위스키 재고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몇만 병 수준으로 판매되는 위스키가 이런 상황인데 한정판 위스키는 오죽할까. 적게는 수십 병에서 많아 봐야 수백 병 시장에 배포되는 한정판 위스키는 미처 볼 새도 없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 그 ‘누군가’는 누구길래 일반인은 접하기도 힘든 한정판 위스키를 손에 넣고 있는 걸까.

한정판 위스키, 스프링뱅크 로컬발리 16년. [사진 김대영]

한정판 위스키, 스프링뱅크 로컬발리 16년. [사진 김대영]

가장 손쉽게 한정판 위스키를 손에 넣는 사람은 바텐더다. 한정판 위스키가 개인에게 판매되는 것보다 바텐더에게 팔려야 더 많은 사람이 맛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수입사에서도 도매상을 통한 바 업장 배분에 신경 쓴다. 하지만 일부 바텐더는 업장을 이용해 한정판 위스키를 받아 개인 술장에 놓는다. 특히 수요가 많아 도매가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 가능한 위스키는 업장에서 팔지 않는다. 바 업장이 위스키 재테크 수단이 된다.

다음은 VIP 고객이다. 주류 샵마다 위스키를 많이 사는 고객 명단을 가지고 있다. 한정판 위스키가 입고되면, 전시하기 전에 VIP 고객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인지상정. 주류 샵이 우수 고객을 계속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일반 고객은 주류 샵에 한정판 위스키가 입고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어쩌다 VIP 고객이 외면한 위스키를 치열한 눈치 싸움으로 쟁취하는 수밖에.

 한정판 위스키 라가불린 25년. [사진 김대영]

한정판 위스키 라가불린 25년. [사진 김대영]

가장 큰 원인은 애초에 한정판 위스키가 한국에 수입되지 않아서다. 글로벌 위스키 시장, 특히 싱글몰트 시장에서 한국은 작은 편이다. 위스키 판매량이 많은 국가에 한정판 위스키도 많이 공급된다. 한국은 한정판 위스키 배정 국가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그래서 일부 위스키 마니아는 해외 직구로 한정판 위스키를 산다.

아쉽게도 위스키는 수요가 생겼다고 곧바로 공급되는 제품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한정판 위스키를 구입하고 싶어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은 쓰라리더라도 한국 위스키 시장이 더 커지면 보다 수월하게 한정판 위스키를 살 수 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주변에 위스키를 전파하며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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