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뒤집은 속옷女 환복 영상...방통위 "음란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14 10:17

업데이트 2021.12.14 11:35

유튜브에 올라온 '승무원 룩북' 영상은 둔부나 다리 등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해 표현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올라온 '승무원 룩북' 영상은 둔부나 다리 등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해 표현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속옷차림의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 뒤 옷걸이엔 한 항공사 승무원복이 걸려있다. 이 여성은 블라우스·스타킹·스커트등을 차례로 입는다. 중간중간 다리와 둔부를 강조하기 위해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는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룩북'(lookbook)이란 키워드의 환복영상이 쏟아져 성 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 룩북은 본래 패션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신상품 등 제품 관련 정보를 소개하기 위해 발행하는 책자다. 디올·버버리 등 명품브랜드도 룩북을 통해 새 시즌 제품을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동영상 플랫폼에서 일부 유튜버를 중심으로 여성성을 강조한 영상으로 조회 수를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시청연령 제한도 없어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자칫하면 이들에게 그릇된 성(性)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유튜브에서 '룩북'이란 키워드를 입력하면 노골적으로 여성의 체형을 강조하는 환복영상이 검색된다. [사진 유튜브]

유튜브에서 '룩북'이란 키워드를 입력하면 노골적으로 여성의 체형을 강조하는 환복영상이 검색된다. [사진 유튜브]

"노골적인 성상품화" vs "콘텐트 제작의 자유"

14일 유튜브에 따르면 이달 '룩북' 이란 키워드로 올라온 영상만 백여건이 넘는다. 연관 검색어로는 '승무원' '간호사' '통통' '교복' '스커트' '섹시' 등이 나온다. 특정 직업군이나 여성의 체형을 강조해 이르는 키워드다. 물론 순수하게 의류를 소개하는 콘텐트도 있지만, 일부 영상의 경우 성인물 수위에 필적할 정도다. 유튜버 일부는 '고화질' '언더웨어' '육덕'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기도 한다. 조회수나 구독자수가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 노골적 묘사를 하는 것이다.

초등생 아이를 둔 주부 A씨는 "옷을 갈아입으며 노골적으로 여성의 주요 부위를 부각해 음란성은 성인물 못지 않은데, 연령제한도 걸려있지 않다"며 "요즘 아이들은 혼자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많은데, 호기심에라도 이같은 영상을 접하게 될까봐 무섭다"고 밝혔다.

제작자가 순수한 목적에서 의상을 소개하기 위해 콘텐트를 만들어 올렸다고 하더라도, 시청자층 일부는 성적인 목적으로 영상을 소비하고 있다. 이들 영상에는 "죽이고 날 XX하게 만든다" "심장이 녹아내린다" "태가 너무 이쁘다" "남친 있는지 궁금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특정 직업군 복장의 룩북영상이 소개돼 성 상품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노골적인 성상품화'라는 의견과 '콘텐트 제작의 자유가 있는데, 일부에서 논란을 만드는 것'이란 의견이 맞섰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를 통해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트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를 통해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트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음란성 판단 기준 모호…"노출 없어 법적 제재 어렵다"

유튜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성적 만족을 위한 음란물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음란물을 게시하면 콘텐트가 삭제되거나 채널이 폐쇄될 수 있고, 페티시즘 관련 콘텐트를 담은 동영상은 삭제되거나 연령 제한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이거나 수치심을 주는 페티시즘 콘텐트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해뒀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의 규제도 어렵다.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이를 규제하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유튜브 등 플랫폼의 음란물을 심사해 조치하고 있지만 이같은 영상을 제재하는 게 어렵긴 마찬가지다.

위원회 관계자는 "음란물에 대해선 법에서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아 법원 판례를 통해 개념이 형성돼왔다"며 "통상적으로 성기·음모·항문 등 성적부위를 노출하는 경우 심의위에서 제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룩북' 환복영상의 경우 일반국민들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과거 유사사례와 비교했을 때 속옷을 착의한 상태라 음란물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의 경우에도 가슴·유두·둔부 등의 부위가 노출되거나,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선정적이어야하는데 해당 영상엔 이같은 노출이 없어 지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근조 모두의법률 변호사는 "일부 영상의 경우 선정성·음란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재판에서도 판사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법을 제정·개정해 선정적 영상을 막기 보다는, 플랫폼 업체 측에서 미성년자 보호조치를 강하게 시행하는 등 이용자 대상의 정책을 마련하는 게 더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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