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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첫날부터 QR코드 '먹통'..."장사 접으라는 거냐"

중앙일보

입력

"어? 왜 안되지?"

‘방역패스’ 첫날인 13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 질병관리청에서 운영 중인 ‘쿠브(COOV)’ 앱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QR코드 인증이 한꺼번에 오류를 일으키면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QR인증 오류…"점심시간 다 버렸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계도기간이 끝나고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접종증명 발급 오류 화면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계도기간이 끝나고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접종증명 발급 오류 화면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식당을 찾은 시민들은 한참 동안 인증을 기다리거나, 예방접종 확인 문자 등을 찾아 직원에 보여준 뒤에야 식당에 입장했다. 한참을 실랑이하다 결국 QR인증을 포기하고 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신모(34)씨는 "일찌감치 사무실에서 나와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되는 사람들만 먼저 들여보내주는 바람에 한참을 뒤에서 우두커니 쳐다봐야만 했다"고 말했다.

혼란은 오후 1시까지도 이어졌다. 손님들이 몰린 한 커피숍 매장에서는 직원이 손님들을 상대로 일일이 "카카오 지갑에 들어가서 코로나19 예방접종 정보를 보여달라"고 안내했다.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시민이 시스템 복구 이후 QR코드를 인증하자 미접종자로 뜨는 일까지 벌어졌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점심시간이나 특정 시간대에 트래픽 집중될 걸 예상도 못했다는 건 정말 무능의 극치”라고 말했다.

점주들 "계도 기간에 뭘 한 거냐" 분통

점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마포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40대)는 “수개월째 적자를 보는 가게를 코인 채굴해서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이제는 아예 가게 망하라고 나라에서 고사 지내는 거냐”며 “백신패스 때문에 손님 적게 받게 하고, 패스 확인한다고 일거리 늘려놨으면 적어도 인증이라도 잘 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음식점 점주 윤모(44)씨는 “계도기간이라면서 공무원들 허구한 날 와서 아르바이트생한테 제대로 확인 안 하면 벌금 150만원이다, 며칠 문 닫아야 한다면서 협박 비슷하게 해놓고 갔다”며 “그럴 시간에 서버 관리나 좀 해두지 그랬냐”고 했다.

이날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접종증명서나 유전자 증폭(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적 모임 인원은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되며 미접종자는 1명까지만 동반 가능하다. 방역지침 위반시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백신패스를 증명할 QR코드 서비스가 장애로 식당 앞에서 입장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백신패스를 증명할 QR코드 서비스가 장애로 식당 앞에서 입장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수기로…" 외려 위반 사례 쏟아져 

방역 지침을 위반하는 사례도 쏟아졌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수기로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들어가거나, 안심콜로 방문 등록만 한 채 그냥 입장을 허용했다. 이날부터 수기 명부는 허용되지 않고, 안심콜을 걸어도 별도로 접종 증명을 해야 한다.

미접종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32)씨는 “건강이 좋지 않고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접종하지 않았는데 이젠 사회생활이 아예 불가능할 수준”이라며 “결국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미접종자 한 명을 동반하는 일명 ‘N+1’ 제도에 관계 없이 아예 미접종자를 받지 않는 식당도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오늘 갑작스런 접속 부하로 전자출입명부 및 쿠브 앱 사용에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사용 원활화를 위해 긴급하게 관련 기관 간 협의 및 긴급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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