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에 거절 당하자 앙심…성폭행후 '성노예 계약서' 쓴 공무원

[중앙포토]

직장 동료가 자신의 호감 표현을 거절하자,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이를 빌미로 협박한 20대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김성주)는 성폭행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A(27)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2019년 8월 2일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자 B씨를 성폭행하고 알몸 사진 및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뒤, 피해자의 남편, 가족, 지인 등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를 빌미로 B씨를 성폭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A씨는 전북지역 한 기관의 공무원이던 지난 2018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동료 B씨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이후 A씨는 지속해서 B씨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표현했지만 B씨는 결혼해 가정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

B씨의 거절로 앙심을 품은 A씨는 성폭행할 목적으로 B씨를 집으로 유인했다. 2019년 8월 2일 피해자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돌려받고 싶으면 집으로 오라는 메모를 남겼다.

B씨가 집으로 찾아가 휴대전화를 돌려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으나, A씨는B씨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 후 성폭행했다. 당시 A씨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다.

A씨는 이후 B씨가 자신과 계속 만나지 않거나 성관계를 갖지 않을 시 미리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피해자의 남편, 가족 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에게 ‘성노예 서약서’까지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이에 B씨는 정신적 고통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공소사실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원심 판결을 깨고 더 무거운 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범행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등 제출된 증거 내용이 너무 참담하다”며 “피고인은 가학적 변태 성욕을 채우고자 피해자의 고통 등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범행을 계속할 궁리만 했다”고 꾸짖었다.

또 “피해자의 존엄성과 인격을 말살한 것과 마찬가지인 피고인의 형사책임이 반성이나 지인들의 선처 탄원으로 감경될 수 있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며 “특히 피고인이 범행 당시에는 공무원이었던 점, 범행 동기와 수단, 결과를 비롯한 모든 양형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보인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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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