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전자 인사제도 개편 동의율 저조…뉴삼성 첫발부터 ‘진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방문을 마치고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방문을 마치고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인사제도 혁신안에 대해 사내 구성원의 동의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기업문화 조성과 인재의 조기 발탁·중용을 내세운 ‘뉴삼성’ 인사 혁신방안이 첫발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삼성전자 안팎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취업규칙 변경(신인사제도 도입)에 대해 임직원 동의 절차에 착수한 지 2주일이 지난 13일 기준으로 동의율이 인사·재경 등 지원 파트를 제외한 다수 사업부서에서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예상외로 낮은 수치”라는 견해가 나온다.

변경 동의 예상외로 낮아…과반 돼야 적용 

취업규칙은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대한 규정을 말한다. 출근·승진·휴가·임금·상여금·해고·정년·징계 등과 관련한 항목이 이에 포함된다. 근로기준법(제94조)에 따라 직원 과반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임직원 과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한 다음 날부터 임직원에게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에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인사 혁신의 주요 내용은 ▶직급별 승진연한 폐지 ▶직급 표기 삭제 ▶전무·부사장 통합 ▶절대평가와 동료 리뷰 도입 등이다. 이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정착시키고, 유능한 인재를 조기에 발탁·중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달라지는 인사제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익명을 원한 한 삼성전자 직원은 “절대평가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고과별 할당이 없어지면 높은 등급의 고과를 아예 안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또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저성과자로 규정짓기 쉬워져 해고가 더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은 “회사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일부 부서에서 잡음 발생하기도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잡음도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 게시판에는 “회사 측에서 동의서를 제출했는지 반복해서 물어보고,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면 계속해서 인사개편안을 설명한 뒤 검토해 보라고 한다”는 글도 올라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가 동의 절차를 점점 간소화하고 있다”며 “결국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식으로 과반을 달성할 때까지 동의 작업이 계속될 듯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이 지난 5월 31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토크 투게더’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사장단이 지난 5월 31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토크 투게더’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이번 인사혁신안이 무한경쟁과 불공정한 문화를 강화하는 개악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일단 동의한 뒤 설명을 들으라고 하거나 팀장·그룹장 식으로 차례로 이메일을 보내 동의서 제출을 독촉하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는 제보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부서장 등의 개입에 관해 법률적으로 검토한 뒤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조직문화 담당자(CA) 등의 의견을 인사 혁신안에 반영했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직원 동의가 저조하자 회사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한 임직원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항목이 개개인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어 전체 내용에 대해 동의를 받고 있다. 과거 취업규칙 변경 때도 모두 동의를 받았다”며 “다만 동의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 시행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진이 타운홀 미팅 나서야”

이번 논란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회사가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이라는 긍정적 의도에서 개편을 추진했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된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에서 새 제도를 시행하면 해소되지 않은 불만이 조직 운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직접 타운홀 미팅을 여는 등 보다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직원들 역시 회사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